유태흥 전 대법원장(86)이 17일 오후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유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5시45분께 마포대교 여의도방향 중간지점에서 한강에 투신했으며,투신 직후 구조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구조 5시간 만인 이날 밤 10시50분께 사망했다. 유 전 대법원장은 심폐소생술을 받고 한때 심장박동과 혈액순환이 돌아오는 등 상태가 호전됐으나 10시35분께 제2차 심장마비를 일으켜 15분가량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병원측은 "투신 직후 55분동안 심장이 멈춰 있었다"며 "연세가 높고 지병이 있던 상태라 소생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투신지점 주변에 주차된 차량도 없어 경찰은 유 전 대법원장이 투신 지점까지 걸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인양 당시 모자를 쓰고 양복바지 차림에 구두를 신고 있었으며 목도리를 한 평소의 모습이었으나 모두 새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동안 허리 지병으로 고생해온 유 전 대법원장은 수년동안 병원 통원치료를 받아오다 최근 병세가 악화돼 매일 물리치료를 받고 밥 대신 죽으로 식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인 총동씨(54·회사원)는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2주 전부터는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하고 싶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유 전 대법원장의 투신지점을 지나치던 승용차 운전자 심모씨(42)의 119신고를 받고 소방 구조대를 출동시켜 불과 2분여만에 유씨를 구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