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을 정조준한 외국 자본의 2차 인수·합병(M&A) 공세가 본격화됐다. 외환위기 직후 부실화된 국내 기업을 덤핑 가격으로 거둬간 외국 기업들이 이제 구조조정을 끝내고 클린 컴퍼니가 된 대우건설 등 2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2차 사냥에 돌입했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넘보는 외국 펀드들도 등장했다. 부동산 시장도 과거 부산 하얏트호텔이나 서울 강남 스타타워 등 대형 건물을 사고팔아 단순히 차익을 남기는 수준을 뛰어넘어 기획개발 쪽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채비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우건설 대한통운 진로 등 20여개 기업이 과거의 부실을 털어내고 M&A 매물로 대기 중이다. 하지만 기업 매물이 나올 때마다 뉴브릿지 론스타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금융자본이 인수회사 리스트의 첫번째로 올라와 있다. 외국인 그들만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4일 실시된 동아건설의 파산채권 매각입찰에서 유럽 자금인 월드스타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골드만삭스가 예비협상자로 선정됐다. 삼성생명의 지분 매각에는 뉴브릿지캐피탈과 워버그핀커스 등이 유력 인수업체로 부상했다. 앞으로 진로는 일본계,LG카드와 대우건설은 미국계 간판을 달고 영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에 대한 2차 공세는 금융자본에 이어 산업자본까지 외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간다는 점 때문에 우려가 높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 및 기업은 외국계에 비해 자본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동종업계 기업인수 금지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사실상 외국 자본의 공격을 막아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98년 이후 2003년까지 매각한 부실 채권의 98.5%를 외국 자본이 인수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가치를 높인 기업을 정부나 채권단이 투자금액 환수란 이유로 외국 기업에 서둘러 매각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 중인 삼성생명 지분을 외국 자본이 인수할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금융회사에 이어 우량 기업까지 외국 자본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사실상 '주식회사 한국'은 없어지는 셈"이라며 "출자총액제한이나 금융회사의 의결권 제한,그리고 동종업계 기업인수 금지 등 기존의 각종 규제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