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간 벽을 허물기 위해 지난해 1월 중순 도입된 '국장급 맞교환' 제도가 만 1년을 맞으면서 일부 부처가 후속 교환인사를 하는 등 2단계 시행에 들어갔다. '1기생'으로 다른 부처에 둥지를 틀었던 22명의 국장들은 대부분 "지난 1년간 배운 게 많다"는 반응이다. 입장을 바꿔 일하다 보니 상대 부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국가 정책을 좀더 큰 틀에서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장들은 '친정' 부처로 빨리 돌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여전히 '손님'이라는 기분을 떨쳐내기 어렵고 신분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부하 직원들도 탐탁지 않고…." 과천청사의 한 '맞교환' 국장이 돌아본 지난 1년간의 소감이다. ◆관가에 분 새바람 외교통상부에서 다자통상국장으로 근무하다 재정경제부로 자리를 옮긴 안호영 경제협력국장은 "(국장 맞교환은) 분명 메리트가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안 국장은 "외교부에 있을 때는 통상분쟁 문제만 다루다 보니 국가 경제 전체를 보는 안목이 부족했다"며 "재경부에 와서야 그 때 하던 일의 좌표와 의미를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각종 대형 국책사업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던 건설교통부와 환경부도 국장 교류를 계기로 상호간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이들 국장이 '친정'으로 돌아가더라도 최소한 정책 협조의 창구 역할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장 맞교환'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목회'의 고민 인사교류 대상이 된 국장들은 지난해 초 '마목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모인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바쁜 탓에 분기별로 한 번씩 만나는 데 그쳤다. 경제부처에서 사회부처로 옮긴 한 국장은 "모임을 가질 때마다 다른 부처에 차출되는 바람에 승진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닌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자 걱정거리였다"고 말했다. 부서장악이 힘든 것도 고민거리로 꼽혔다. 중앙청사의 한 국장은 "1년 있으면 나갈 사람의 말을 누가 귀담아 듣겠느냐"며 "윗선에서도 업무 파악이 덜 된 국장보다는 실무과장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푸념했다. 보내는 쪽에서 2~3명을 선발한 뒤 받는 쪽에서 이들 중 한 명을 고르는 현행 교류방식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목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인사 교류가 성공하기 위해선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리더십이 강한 사람들이 맞교환 대상에 포함돼야 하는데 각 부처는 대체로 이런 사람들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나타내기엔 교류기간(1~2년)이 짧다는 지적도 많았다. ◆젊은 피가 돌아야 한다 부처 관계자들은 '젊은 피'들을 과감하게 인사교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직 국장보다는 국장 진급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을 승진.발탁하는 차원에서 '국장급 맞교환 제도'가 운영돼야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잦아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