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7:00
수정2006.04.02 17:02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일할 생각입니다. 한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이나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맡아 한국경제가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초대 법제처장이자 소설 '김 강사와 T 교수'의 작가로도 유명한 고 유진오 박사의 손자 유동(兪東·35)씨가 미국 대형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어 화제다.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한 유 박사는 고려대 2∼4대 총장과 국제법학회장 등을 지냈다. 1920년대 후반∼30년대 전반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전성기 때 동반작가로도 이름을 떨쳤다. 1960년대 후반에는 정계에 투신해 신민당 총재로 활약하기도 한 유 박사는 87년 별세했다.
여의도 중·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유동씨는 대학 졸업 후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 97년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변호사 자격증을 따기 전인 96년 미국에서 10대 로펌으로 꼽히는 '폴 와이즈'(Paul Weiss)에 입사했다.
폴 와이즈는 지난해 법률 관련 잡지 '아메리칸 로이어'(American Lawer)가 선정한 6위 로펌. 근무하는 변호사 수만 5백여명에 달하고 뉴욕 워싱턴 런던 도쿄 베이징 홍콩 등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법률회사다.
"로스쿨에 들어갈 때부터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경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미국 로펌 중 동아시아 경제에 가장 강한 곳이 폴 와이즈였습니다.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일할 것을 염두에 뒀기에 폴 와이즈를 선택했습니다."
유씨는 7년 간 폴 와이즈 뉴욕 사무실에서 일하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사무실로 옮겼다. 그는 유명 의류회사인 '폴로랄프로렌'과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NEC전자' 등 대형 기업들의 주식상장(IPO)을 비롯한 증권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합병인 미쓰비시도쿄은행과 UFJ홀딩스간의 합병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올 10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만 88조엔(1조7천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현재 세계 최대 은행인 미국 씨티그룹의 자산은 1조1천9백억달러다.
유씨는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1월 파트너 변호사로 전격 승진했다. 파트너 변호사는 로펌에 고용된 일반 변호사와는 달리 업무와 사건 수임 성과에 따른 지분을 받는 자리로 일반 기업의 등기이사에 해당하는 고위직이다.
폴 와이즈에서도 파트너 변호사는 20%에 불과하다.
특히 동양인이 파트너 변호사로 발탁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