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7:00
수정2006.04.02 17:02
尹桂燮 <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
새해부터는 정부가 민생 경제 되살리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사태를 제대로 인식한 듯한 반가운 소식이다.그러나 정부가 택한 방법은 우려를 자아낸다. 경기부양책으로 제시한 한국형 뉴딜(이하 뉴딜)은 눈에 띄지 않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쌍둥이 파산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 파산과 내수부진으로 야기된 경제난을 타개하는 명목으로 집행한 정책이 국가 재정을 피폐화시켜 정부와 개인 모두를 파산의 지경에 이르게 만들지 모른다.
경제난의 가장 큰 원인은 '국민의 정부'가 집행한 무차별한 내수진작책이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신용카드 지출로 경기가 활황을 이루며 민주당은 쉽게 총선에서 승리할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적 대가는 컸다.카드 연체자가 급증하면서 개인 신용불량자는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3백60만명에 이르렀고, 개인 부채는 올 들어 5백조원을 넘어섰다. 국민의 64%가 위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안 좋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해법으로 제시된 뉴딜은 운영의 묘를 살리지 않는다면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뉴딜식의 경기부양책은 자기 재생산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메커니즘은 세 가지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첫째, 정치가들은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책을 선호한다. 건설사업과 같이 가시적 업적을 좋아한다.정책에 수반되는 비용은 가급적이면 쉽게 눈에 띄지 않거나 숨길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정책을 입안해내는 관료들은 국가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자신들이 속한 부처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극대화하려 한다. 시장과 기업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부처 이기주의의 논리가 스며든 정책들을 내놓게 마련이다.
셋째, 유권자들은 부양책에 중독되기 쉽다.한 번 맛을 들이면 곧 다시 손을 내밀게 마련이다.
혜택은 손에 쥐어지지만 그 대가와 비용은 즉각 드러나지 않기에 유권자들의 손 벌리기는 계속된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정부 주도 경기부양책은 기대한 바 효과를 쉽게 거두지 못하게 된다.비용이 가시화되는 게 두려워 대규모 부양책을 쓰기 어렵고,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일도 쉽지 않다.
뚜렷하게 경기가 반전되지 못하면 유권자들의 비난이 빗발치게 된다.그러면 다시 한번 정책 집행과 예산통과에 전권을 행사하는 관료들과 국회의원들 다수는 만족하지만,국가 경제에는 획기적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부양책이 입안, 집행되게 된다.
그 결과 정부 주도 경기부양책은 단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중장기적으로 정부를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잠재적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적어도 두 가지 원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경기부양에 기업의 참여를 극대화해야 한다.정부의 역할은 세금을 이용하거나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제공하기 보다는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비축해놓은 자본을 해외 대신 국내에 안심하고 투자할수 있는 기회와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경기 부양은 규제를 혁파하고 움츠러든 기업가 정신을 북돋는 기회가 돼야 한다. 국민들에게 정부가 직접적으로 혜택을 주기보다는 기업을 통하게 해 만성적 정부 의존증이 자라는 것을 막아야 한다.
둘째, 정부 투자는 성장잠재력 배양에 직접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돼야 한다.
예를들어 양로원을 짓기 보다는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에 대한 직업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 기회를 확보해줘야 한다. 선거를 선심행정의 기회로 삼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경기부양을 절대악으로 여기는건 문제가 있다. 경기주기가 스스로 회복되는 것을 막연하게 기다릴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뉴딜식 부양책은 치유되기 힘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된다.
혜택이 주는 달콤한 결실에 빠져들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을수 있다.
뉴딜은 곤궁에 빠진 국민들에게 힘을 북돋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우리 경제를 더욱 깊은 늪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