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할 때다] <5ㆍ끝> 해외 시민운동 최근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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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은 1996년 나이키 아디다스 베네통 등 다국적 기업들이 제3세계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고 폭로했다.
당장 제품 불매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등 엄청난 반향이 일어났다.
97년 나이키의 주가와 수익은 절반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 결과 '어린이 노동자가 만든 하청제품을 쓰지 않겠다'는 기업들의 약속이 쏟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거졌다.
실직한 어린이들은 학교수업을 받지 못했고,해당 국가의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남자 어린이들은 더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되거나 거리를 떠돌았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시민단체들은 현실과 괴리된 지나친 이상주의를 고수해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에 대해 "시장메커니즘을 깊이 통찰하지 않은 이상주의적 캠페인은 종종 비극을 빚어낸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집단소송에서도 드러난다.
90년 CBS가 실리콘 유방확대술이 유방암을 일으킨다고 보도한 후 시민단체들은 다우코닝 등 실리콘 제조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무더기로 제기했다.
다우코닝은 소송을 견디다 못해 결국 파산했다.
하버드 의대가 뒤늦게 실리콘과 유방질환이 무관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멀쩡한 우량기업은 이미 망한 뒤였다.
이 사건은 선동적 캠페인의 위험성과 포퓰리즘의 무책임함을 일깨워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시민단체의 전문성이 발달한 선진국에서조차 시민운동의 성과와 실패에 대한 객관적 평가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폭로와 흠집잡기보다는 '상생(相生)'을 위한 대안 제시와 협력적 관계모델을 끌어낸 사례도 많다.
2000년 세계 최대 시멘트업체인 프랑스 라파즈 시멘트사와 WWF(세계야생동물보호기구)의 전격 제휴는 '적과의 동침'이 가능함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타도의 대상이 최대의 후원자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시멘트 원료 채취로 황폐해진 삼림을 복구하기 위한 대대적 식목 사업에 연간 1백20만달러(약 15억6천만원)의 자금을 5년 동안 지원키로 합의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