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은 인체에 안전한 신약 후보물질을 다량으로 얻어낼 수 있는 보고입니다. 특히 김치는 요구르트나 치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익한 유산균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치 유산균으로 부터 식중독균을 죽이는 천연 항균물질 '락토신-W'를 추출해내는데 성공한 쎌바이오텍의 정명준 대표(47)는 세포공학을 이용한 유산균 연구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김치 유산균으로부터 헬리코박터 파이오리균만을 골라죽이는 항균물질 '세이프락'을 얻어낸 데 이어 락토신-W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락토신-W는 식중독균을 효과적으로 죽일 뿐만 아니라 균의 세포벽을 직접 파괴하기 때문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며 "국내 한 급식회사에 락토신-W를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92년 덴마크 왕립공대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시절 덴마크 유산균 원말 회사인 크리스찬 한센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유산균 관련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 중소기업 수준의 공장을 갖고 있는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이 4조원에 달했습니다. 기술력만 있다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대상(당시 미원) 중앙연구소에서 2년 간 몸담은 후 95년 쎌바이오텍을 창립했다. 그는 김치 유산균을 연구목표로 잡았다. 선진국에서 이미 연구가 활발한 요구르트 유산균 대신 한국 고유의 유산균을 선택한 것이다. 정 대표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종류 별로 김치를 구해 유산균 추출에 나섰다. 연구를 하면서 김치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유산균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산균이 분비하는 활성물질도 다른 어떤 식품에 비해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과 '페디오코커스 펜토사세우스'라는 유산균으로부터 락토신-W를 추출해냈다. 동물실험 결과 10%의 락토신-W 0.5㎖를 치사량의 10배가 넘는 살모넬라균과 함께 먹인 쥐의 생존율이 무려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쎌바이오텍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백억원을 돌파했다. 쎌바이오텍은 4조2천억원에 달하는 국내 급식시장에 락토신-W를 공급,매출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며 "2009년까지는 매출 1천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