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8)는 최근 은행 정기예금 통장을 중도 해지했다. 연 평균 3.6%인 금리로는 내집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돈을 불리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증권사에서 팔고 있는 적립식펀드 상품에 가입했다. 최소 3년이상 적립하면 주가의 등락에도 불구,적어도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에서였다. 김씨처럼 재테크 수단을 기존 저축상품 위주에서 투자상품으로 리모델링하는 개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말 현재 정기예금 계좌수는 8백81만6천개로 2003년말보다 7만6천개가 줄었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3%대로 턱없이 떨어진게 가장 큰 이유다. 저축에서 빠져나온 돈은 간접투자상품쪽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개인의 증권계좌수가 지난해초 7백27만개에서 연말에는 6백60여만개로 줄었지만 간접투자 상품 중 최고 히트작인 적립식펀드의 경우 연초 6만개에서 70만개로 11배 이상 급증한게 이를 말해준다. 자산운용협회는 지난 한햇동안 적립식펀드로 1조원 이상의 개인자금이 몰려들어 연말 누적판매액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고 추정했다. 박정익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장은 "적립식펀드는 은행의 적금처럼 매달 일정금액을 펀드에 넣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수익률이나 안정성에서 간접투자상품 중 으뜸"이라며 "지금이라도 은행적금에서 적립식펀드로 갈아타는 게 현명한 재테크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실제 적립식펀드에 투자했을 때와 은행에 저축했을 때의 성과는 어느정도 차이가 날까. 랜드마크투신운용에 따르면 매달 50만원씩 투자,1억원을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은 적립식펀드가 10년 정도인데 비해 은행 정기적금(연 평균 금리 4% 기준)은 12년10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 금리수준(연 3.40%)을 적용하면 13년 이상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실전투자에서도 그대로 입증됐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2001년 2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인디펜던스주식형' 펀드의 경우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 4년간 누적 수익률이 72.0%,연평균 수익률은 18.0%다. 매달 1백만원을 넣은 투자자들은 현재 원금 4천8백만원이 8천2백56만원으로 불어나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 정기적금에 매달 1백만원을 불입한 고객은 원금이 5천3백80만원으로 늘어난 데 그쳤다. 적립식펀드가 이처럼 높은 성과를 올리는 비결은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에 있다. 주가가 비쌀 때는 소량을 사고,쌀 때는 많이 사게 돼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장진현 한국투자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에서 500선으로 급락하더라도 적립식펀드로 투자하면 평균 750선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효과가 나타나 증시가 반등국면으로 진입하면 시세차익을 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적립식펀드도 수익상품인 만큼 손실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 3년이상 장기투자하면 위험부담을 줄일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홍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은 "올해는 10가구 중 1가구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적립식펀드가 간접투자 문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