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롄샹회장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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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류촨즈(柳傳志) 롄샹(聯想)그룹 회장을 인터뷰한 것은 지난 2000년 가을이었다.
당시 그는 IBM 컴팩 등 외국업체의 공략으로부터 중국 PC시장을 지킨 '중국 IT업계의 자존심'이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5백대 기업'이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롄샹을 세계 5백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테니 두고 보라"며 목에 힘을 주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4년 후 그는 해냈다.
롄샹이 IBM의 PC사업 인수로 세계 5백대 기업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류 회장은 한 해 1천2백만대의 PC 생산,1백20억달러 매출,직원 1만9천여명을 거느린 글로벌기업의 총수로 거듭나게 된다.
류 회장이 친구 11명과 함께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계산기 유통업체를 차린 것은 지난 84년이었다.
벤처기업이었다.
그는 타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PC에 손을 댔고, 중국 PC시장의 약 30%를 장악했다.
중국시장을 석권한 롄샹은 호시탐탐 해외시장을 노렸다.
그 결과물이 17억5천만달러짜리 '싱크패드'였다.
이번 인수에 비관적 시각도 적지 않다.
국제 비즈니스 경험이 빈약한 롄샹이 거대한 IBM의 국제 네트워크를 운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다.
그러나 중관춘의 한 구멍가게가 꼭 20년 만에 국제 메이저 PC메이커로 성장했다는 것 자체가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성장과정 자체가 중국산업의 발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롄샹 이외에도 많은 중국 기업이 거대 내수시장에서 축적한 자금을 바탕으로 해외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밖으로 나가라(走出去)'고 기업의 뒤를 봐주고 있다.
내년 중국 각 산업에서 더욱더 많은 '류촨즈'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WTO 가입 3년, 중국 기업들은 국경을 넘어 뛰고 있다.
열악한 투자환경으로 투자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기업과는 너무 다르다.
한우덕=상하이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