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웃속으로] (13) '사랑의 스킨십'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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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후암동.육중한 대우빌딩과 휘황한 특급호텔이 등을 맞댄 한편으로 훌쩍 높은 오피스 빌딩들이 고속철 역사 유리벽면에 매끈한 위용을 비춘다.
거대하고 복잡한 서울 한복판.하지만 그 한편에 극명히 대조되는 풍경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남산 CJ그룹 본사 뒤편으로 다닥다닥 붙어선 남대문 쪽방촌이다.
1.5평 남짓한 쪽방은 노숙자보다 형편이 조금 나은 사람들이 머무르는 임시 거처다.
하룻밤 숙박비로 6천∼7천원 하는 좁디좁은 방 한칸은 그저 가진 것 없는 몸뚱이 하나 간신히 누일 정도다.
서울에 이런 쪽방은 어림잡아 3천여개.남대문 일대에만 1천5백명 정도가 기거하고 있다.
쪽방촌 내에서도 거동을 제대로 못하는 노인이나 장애인의 삶은 한층 힘겹다.
무료 급식소를 찾아나설 기력조차 없는 이들에게 배고픔과 외로움은 하루도 어김없이 들이닥치는 빚쟁이 같다.
하지만 이들에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고마운 친구도 있다.
매일 점심 도시락을 전해주는 '배달의 기수'.바로 이웃한 CJ그룹 자원봉사자다.
CJ 임직원 1백명은 중구 신당복지관과 손잡고 본사 사옥 일대 쪽방촌 독거 노인들을 대상으로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하루 두 사람씩 조를 이뤄 매일 30여집을 돌며 복지관에서 마련한 도시락을 전해준다.
날이 갑자기 추워진 지난 20일.그룹 홍보실 박수흔 대리가 배달봉사에 처음으로 나섰다.
'CJ 본사 건물에서 노란간판집 직전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 좁은 길 옆집 1층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 집.' 번지수와 약도를 받긴 했지만 대번에 찾아내긴 불가능이다.
몸집이 큰 사람은 옆으로 서서나 겨우 드나듬직한 골목을 비집고 돌아 30여분을 헤맨 끝에 첫 번째 배달집인 김 할아버지(82)네 쪽방을 찾았다.
종일 천장을 벗삼아 누워 지내는 김 할아버지에게 이 도시락은 그날 양식의 전부다.
점심에 반을 먹고 반은 아꼈다가 저녁으로 때운다.
"고맙지.세상에서 밥 챙겨주는 사람들이 제일 고마워.안 받아 본 사람들은 몰라…."
평일에는 CJ 사람들이 전해주는 도시락으로,주말에는 봉사단체 주부들이 지어주는 밥으로 끼니를 해결한다는 할아버지가 도시락을 든 박 대리의 손을 거푸 어루만진다.
박 대리도 할아버지의 손을 꼭 쥔다.
"돈을 내는 기부보다도 이렇게 얼굴을 보고 마음을 나누는 자원봉사가 훨씬 보람있어요.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뭉클한지 몰라요."
쪽방 도시락배달 봉사는 CJ가 이재현 회장의 특별한 관심속에 그룹차원에서 지원하는 임직원 자원봉사 활동의 하나다.
CJ는 지난 99년 9월 사회공헌 전담부서를 만든 후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자원봉사 외에도 결식이웃 지원사업,문화 예술 지원에도 역점을 둔다.
임직원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사랑의 1계좌'를 열어 급여에서 원하는 만큼을 떼어 기부하고 있다.
사회공헌에 그룹 내 비즈니스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CJ의 두드러진 특징.2002년부터 매년 4월 장애인의 날에 'CGV 장애우 무료 영화관람' 행사를 여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 사회공헌팀 곽대석 팀장은 "기업 사회공헌이 단순한 자선적 목적 이외에도 경영활동에 도움이 되고 사회에도 기여하는 윈윈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사회적으로도 기업의 사회 기여를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