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무원, 개혁실험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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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빈 < 서울대 교수ㆍ행정학 >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을 비롯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러 인사개혁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 우려에 대한 중앙인사위의 반론의 글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
우선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비롯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추진해온 대부분의 개혁들이 유사한 취지의 것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목표관리제(MBO),성과상여금제,인사다면평가 등 실적주의를 지향하는 각종 인사제도는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서류와 활동을 동반하는 내부규제에 속한다.
유사한 제도가 많고 이것이 한국 공무원 세계의 현실에 잘 부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공무원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 전체로 볼 때 중앙인사위를 포함한 각 부처는 많은 개혁을 추진해왔다.
개혁의 백화점이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이미 도입된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좀더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것도 있고 이 중 일부는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도 계속하여 또다시 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더구나 각종 개혁을 '도입한 것 자체'를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관료적 성향도 보인다.
사실은 이들 개혁이 '결과적으로 공무원들을 얼마나 잘 일하게 했는가'라는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개혁과정에서 공무원들이 피로를 느끼면 안되고 경제살리기,국민편하게 하기 등의 효과가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하기 위해 측정해야 하는 '역량'이라는 것도 이론적인 개념에 불과하고 현실적으로 이를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미 선진국과 국내 대기업 등에서 개발된 측정방법으로부터 배우겠다는 것인데 이것을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면 과언일까.
적어도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핵심이 되는 '역량측정방법'을 완벽하게 개발한 후 제도의 추진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
셋째 고위공무단에 대한 필자의 우려 중 핵심적인 것은 '고위공무원들의 정치화'다.
고급관료로서 축적된 전문성을 발휘하기보다는 '자리'에 급급해 정치인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정치화'다.
반론에 따르면 고위직은 정치와 행정의 일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일부 동의하는 듯하다.
중앙인사위는 새 제도하에서는 '역량'을 중심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인 인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필자는 고위 공무원단으로 진입하기 위한 역량평가시험에서,그리고 이들의 보직과정에서 '위'의 눈치를 더 많이 보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필자의 주장은 굳이 개혁을 한다면 어차피 정치적인 요소의 업무를 담당해 모든 고위 공무원자리가 정치의 영향권에 있게 하기보다는 행정의 안정성을 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를 분리하자는 것이었다.
지면제약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하기 어려우나 섞여있는 현 상태에서 이들을 분리해 냄으로써 나머지를 전문행정가로서 활동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상반된 견해는 미래의 상황이기 때문에 과연 누가 옳은지 지금 단언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앙인사위원회에 제안하고 싶다.
인사정책도 그 정책의 품질을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 후 기대효과에 대해 명확한 목표 수준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 제도를 실시한 후 과연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평가해 보기를 기대한다.
고위 공무원들이 위 눈치보지 않고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현재의 정치화 수준보다 훨씬 개선되지 않는 한 실패한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중앙인사위는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은 무책임한 개혁의 실험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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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경 12월15일자 이성열 중앙인사위원회 사무처장의 반론 시론 '고위공무원단제 기대해도 좋다'에 대한 재반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