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재투표에서 친서방파 야당 지도자 빅토르 유셴코가 승리했다.


우크라이나 중앙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유셴코 후보가 54.08%를 얻어 42.13%를 획득하는데 그친 여당의 빅토르 야노코비치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표는 지난달 21일 실시된 1차 결선투표에서 야누코비치 현 총리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선거부정 의혹 등으로 항의 시위가 계속되자 대법원이 지난 3일 선거무효를 선언하고 재투표 실시를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오렌지혁명의 승리=다이옥신 중독으로 인한 얼굴변형 등으로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유셴코가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


그는 이날 오전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 운집한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우크라이나 국민이 승리를 거뒀다"며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지 14년이 흘렀지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독립과 자유를 찾았다"면서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유셴코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나타나자 키예프에서는 유셴코 지지자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축제를 벌였다.


특히 약 한 달간 유셴코 지지를 상징하는 '오렌지혁명'의 중심이었던 독립광장에는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려나와 '유셴코 대통령'을 외쳤다.


유셴코의 최측근이자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티모셴코 전 총리는 "오늘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대통령을 갖게 됐다"며 "모든 국민이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외쳤다.


◆유셴코의 과제=유셴코가 비록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거뒀지만 그의 앞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우선 선거과정에서 분열된 지역 민심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제가 급선무다.


야누코비치는 패배가 확정될 경우 소송을 제기할 뜻을 내비쳤다.


또 그의 지지기반인 동부지역 17개 주지사와 공무원 기업인 등 3천5백여명은 유셴코가 당선될 경우 분리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유셴코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러시아를 가장 먼저 방문하겠다고 밝힌 것도 러시아를 매개로 친러 성향의 동부지역의 분리 움직임을 억제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유셴코가 러시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가입을 언제 추진할 것인가도 과제다.


또 선거에 따른 시위 등 혼란으로 인해 침체에 빠진 우크라이나 경제를 살리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유셴코는 중앙은행장을 역임한 '경제통'인 만큼 우크라이나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패한 경제 구조 쇄신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그가 목표로 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쿠즈마 현 대통령측 파벌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해 앞으로의 정국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