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건설교통부 노동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장관은 큼직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늦어도 내년 1월15일 이전에 소폭 개각이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올해 정부업무평가에서 '우수' 기관으로 분류돼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외교통상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금융감독위원장에게는 '미흡'이란 성적표가 배달됐다. 청와대가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금감위원장은 임명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지가 가장 흔들리게 된 셈이다. 그동안 교체 대상으로 거론돼 온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여성부 장관도 '보통'으로 평가된 만큼 거취가 주목된다. 비록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평가만으로 장관 인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6억5천만원의 예산과 1백44명의 평가인력이 투입된 이번 결과가 개각 과정에서 참고자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정부업무평가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미흡'이냐 '보통'이냐를 좌우한 결정적인 변수가 정책홍보관리 분야였다는 점이 신뢰감을 떨어뜨린다. '미흡'으로 낙인 찍힌 6개 중앙행정기관 중 이 분야 평가를 주관,기본점수(0점)를 받은 국정홍보처를 제외한 5곳이 모두 감점을 받았다. 공정거래위는 정책 등 4개 분야에서 '보통'이었지만 '홍보'에서 감점당해 'F학점'을 받은 반면 국민만족도 등 2개 분야에서 '미흡'이었던 재정경제부와 중앙인사위원회는 '홍보'에서 가점을 받아 '보통' 그룹에 낄 수 있었다. 이 같은 논란은 이 분야 5개 평가항목의 불명료성에서 비롯된다. 특히 만점에서 50%의 배점이 주어진 '건전비판' 수용 실적과 '문제보도' 대응 노력이 대표적이다. 비판성 기사의 건전성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러다 보니 홍보 점수를 얻기 위해 기관마다 온갖 '삐딱한 보도'에 대항,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내고 언론사에 시정요청서나 해명자료를 배포하는데 경쟁을 벌였던 셈이다. 언론에 대한 평가는 독자가 내리는 것이다. 결코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따라 '좋은 보도' '나쁜 보도'로 나눌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정부업무평가 결과가 기관장의 신상에만 영향을 미칠뿐 해당 기관의 예산 배정이나 관련 공무원의 인사와는 무관하다는 점도 문제다. 공무원들부터 정부업무평가가 '장관 성적표'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예산 관련 부처가 정부 평가를 총괄한 뒤 그 결과를 예산 배정에 반영하고 있고 해당 기관에선 그 결과를 인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 정부업무평가조차 '그들만의 평가'일뿐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실정에서 정부는 2개 평가 관련 기구를 내년에 신설한다고 한다. '국가평가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의 부위원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 평가전문가 몫으로 돌아가고 9∼11명의 위원 중 절반은 상근직으로 임명될 전망이다. 40여명으로 출범하게 될 감사원의 '평가연구원'도 박사급 전문인력으로 채워진다. 물론 이로 인한 인건비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위원회공화국'이란 별명으로 부족해 '평가공화국'이란 닉네임까지 얻고 싶은 것인가. 자리 늘리기에 앞서 평가 결과에 따른 '당근'과 '채찍'을 명확히 하고 구체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승욱 정치부 차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