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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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도시는 도시다워야 한다. 도시다운 도시란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뜻한다.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도서관 등은 정신적 재생산의 기초가 되는 곳이다. 황량한 도시는 현대인을 미아로 만든다. 주말에 갈 곳이 없는 도시는 미래 도시가 아니다.'
그렇다면 서울은 미래 도시인가.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6백년 고도라지만 역사의 흔적은 찾기 어렵고,규모는 세계적이지만 국제도시로서 갖춰야 할 문화적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보여줄 만한 건 물론 내국인들이 마음놓고 둘러보면서 활력을 축적할 문화공간이 없다는 얘기다.
문화예술계에서 경복궁 건너편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국군기무사)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건립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과 세계 미술의 경향을 동시에 수용하는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인데도 86년 과천으로 이전,사실상 일반의 접근이 차단되다시피 한 상태다.
국군기무사가 있는 소격동 일대는 서울의 거의 유일한 역사구역인 북촌(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중간.맞은편엔 경복궁과 국립민속박물관이 있고,주위의 사간동 삼청동엔 갤러리현대 금호미술관 학고재 국제화랑 월전미술관 등 수많은 문화공간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간동에서 삼청동과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길 모두 역사와 문화의 거리다.
그런데도 양쪽 길 중앙에 기무사가 있어 어느 곳으로 가려 해도 긴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계에선 10년 전부터 기무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곳에 문화공간을 만들어줄 것을 청원해왔다.
그러나 기무사 이전의 어려움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해왔는데 최근 기무사의 과천 이전 계획이 나옴에 따라 다시 구체화된 것이다.
기무사 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세워지면 경복궁에서 사간동 창덕궁 인사동을 잇는 문화벨트의 축이 완성될 수 있다.
모쪼록 이곳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세워져 옛것과 새것,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명소가 탄생됐으면 싶다.
우선 사간동 입구 옛 미대사관저의 높은 담부터 헐면 좋겠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