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이 어쩌다가 일본에서 영업정지를 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씨티그룹 프라이빗뱅킹(PB)부문은 지난 9월 금융거래법 위반 등 무려 83건의 위반 사례로 인해 일본 금융감독청으로부터 1년간 영업허가 취소명령을 받으며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2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씨티그룹이 유진 루드위그 전 미국통화감독청장에게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이번 사례가 무리한 수익추구,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감독당국의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 등이 겹쳐 발생한 구조적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씨티그룹 PB부문이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처음 경고를 받은 것은 2001년이었다. 일본 PB부문은 사전 허가 없이 주식 판매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씨티그룹은 이후 법률가 출신 찰스 화이트헤드를 일본 책임자로 보냈다. 당시 PB부문은 '마케팅의 귀재' 기타데 고이치로가 맡고 있었다. 기타데는 6년새 일본 PB 고객 수를 6백명에서 6천명으로 늘리면서 전 세계 씨티PB 가운데 일본의 수익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도록 이끈 인물이었다. 그에게 내부 통제나 규정 준수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각각 다른 상사에게 보고하도록 돼있는 구조 속에서 기타데와 화이트헤드는 사사건건 부딪쳤고 필요한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씨티그룹 조직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본사의 감독과 관리도 허술했다. 2001년 일본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지적을 당한 지 4개월 후 미국 뉴욕의 씨티그룹 감사들은 일본 PB부문에 대해 "만족할 만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일본 금융 당국의 조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일본 금융감독청은 지난해 11월 다시 씨티은행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곳곳에서 주가조작,기업 수익률 부풀리기 등 위반 사실을 적발해 냈다. 조사 과정에서 PB 직원은 조사관들을 냉대했고,요청된 자료 제출도 미적거렸다고 예비보고서는 지적했다. 결국 본사에서 투자담당 최고경영자(CEO)가 일본으로 건너와 "씨티 PB를 공개적으로 망신주지는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금융감독청에 재발 방지를 위한 세부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 감독청은 '영업정지'라는 엄단을 내렸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