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금 '과시형 투명성증후군'에 걸려 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만들어진 정치자금법 집중투표제 집단소송법 성매매금지특별법 등을 보면 '내가 깨끗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너무 오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단소송제의 경우 영미계 법체계에서 따온 것으로 우리의 대륙법 체계와는 맞지 않으며 멀쩡한 기업들이 혼쭐나봐야 제도가 오버했다는 걸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키지도 못할 정치자금법도 대표적인 과시형 투명성증후군의 케이스에 해당한다"며 "투명성도 좋지만 제발 우리 수준과 현실에 맞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매매금지특별법은 숙박업 비중이 큰 지방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춥다 춥다 하면 더 춥다"며 "내년 경제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하락 등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경제를 비관적으로만 보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기업과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이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일부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3% 이하로 전망하는 것은 패배의식과 절망의식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전문인력 40∼50명이 예측해도 틀리는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CEO도 아닌 밑에 직원들이 천재가 아닌 이상 예측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