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暢賢 <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의 유형은 주주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분류된다. 전자의 경우 기업경영에 있어서 주주의 이익이 중시된다. 따라서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이사회의 권한이 막강하고 기업의 경제적 책임이 강조된다. 반면 후자에서는 주주 이외에도 기업과 관련이 있는 많은 사회구성원, 곧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인정된다. 기업에 있어서는 경영진만이 아닌 종업원도 상당한 역할을 하면서 기업의 윤리적 책임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이 두 유형의 자본주의는 금융제도와도 밀접한 연결이 있다. 즉 일반적으로 주주자본주의는 직접금융, 곧 유가증권 중심의 금융체계가 확립된 국가에서 나타나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간접금융, 곧 은행 중심의 금융체계가 확립된 국가에서 나타난다. 물론 이런 분류는 일반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주주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직접금융제도가 발달돼 있는 반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에서는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제도가 발달돼 있는 모습을 보면 상당부분 확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가까웠다면 IMF 위기 이후에는 주주자본주의가 발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경영이 주주이익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는 특히 소액주주의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과 연결돼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적 명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전제로 보면 주주자본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 간접금융중심에서 직접금융중심으로 변화하는 금융의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이 나타나야 정상인데 우리의 모습은 정반대이다. 은행의 비중이 더욱 강화되는 '역탈중개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체 금융산업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은행의 비중은 97년말 38.5%에서 올 6월말 기준 58.6%로 커진 반면 비은행권의 비중은 61.5%에서 41.4%로 줄어들었다. 은행 대 비은행이 4 대 6에서 6 대 4로 역전된 것이다. 이는 IMF 이후 정부 금융정책이 은행중심으로 이뤄져온 결과다. 투신상품과 보험상품까지 취급 가능하도록 하는 등 우대조치를 취한 결과 은행은 초대형 초우량 금융백화점이 되면서 금융의 중심축이 돼가고 있다. 그러나 그 은행들의 소유구조는 어떤가? 경영권이 넘어간 3개 은행을 제외하고라도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77%이고 하나은행 66%, 신한은행은 64%이다. 물론 외국자본이 들어왔기 때문에 우량해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은행이 우량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외국자본이 유입된 면이 강하다. 과거에는 은행을 정부가 직접 좌지우지하면서 자금을 배분하는 바람에 건전한 금융자본은 별로 형성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은행산업에서의 산업자본배제 원칙을 적용하다 보니까 그 빈 자리를 모두 외국자본이 메우게 됐다. 1백60조원이나 되는 공적자금의 상당부분을 투입해 정상화시킨 은행들의 지분이 속속 외국자본에 넘어간 것이다. IMF 이전의 은행산업에서 관치금융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 최근의 은행산업에서는 '외치(外治)금융'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소매금융 중심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기업금융이 위축되고 자금배분에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워주어야 할 증권 투신 등 직접금융의 중심주자들은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는 실물과 금융 간에 상당한 부조화가 나타나고 있다.또한 주주자본주의로 이행하면서도 금융은 간접금융중심으로 회귀하는 이상현상도 생기고 있다. 일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화를 촉진하는 등 건전한 금융자본 육성이 시급하다.동시에 고사 직전의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부양책을 써 이를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투자은행업에 대한 획기적 지원조치를 통해 직접금융과 간접금융 간의 지나친 불균형을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 주주자본주의 체제로의 변화속도와 직접금융 중심체제로의 이행속도간의 조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