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3분의 2는 물로 이뤄져 있다. 몸에서 물이 5%만 모자라도 사람은 혼수상태에 빠지며 10%가 부족할 경우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 동안 먹는 물의 양은 무려 50톤이 넘는다. 물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하나하나의 모양을 유지시켜 준다. 또 인체 내의 불순물과 노폐물을 걸러내며 체온을 조절하는 등 생명활동을 수행하게 해준다. 건강에 좋다는 온갖 식품들을 먹기 이전에 물을 잘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의 80%가 물과 관련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연 일생동안 "50t"의 물을 어떻게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하루 7∼8컵 틈틈이 마셔야 사람의 몸에서는 소변이나 땀 등을 통해 하루에 약 2.5리터의 물이 빠져나간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물의 양이 1리터가량이므로 하루에 적어도 1.5리터의 물을 보충해주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시는 물의 양은 이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1년 정부가 실시한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1인당 하루에 마시는 평균 물의 양은 8백51㎖에 불과했다. 특히 여자의 경우 7백66㎖에 그쳐 남자의 평균 섭취량인 9백45㎖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평소에 물을 적게 마시면 신체의 수분이 1∼2% 정도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는 '만성탈수'에 이르게 된다. 만성탈수가 되면 피부에 윤기가 없어지고 주름이 쉽게 생긴다. 탈수 상태에서 느끼는 갈증을 공복감과 혼동해 과식을 함으로써 비만을 불러오기도 한다. 아침에 쉽게 몸이 붓고 항상 피로하게 느껴지며 심할 경우 요로결석,요로암,대장암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만성탈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하루에 7∼8컵의 물을 매일 틈틈이 마시도록 한다. ◆과즙 음료보다는 맹물을 가장 좋은 물은 깨끗한 맹물이다. 물 이외의 음료수는 물이라기보다는 음식에 가깝다. 커피,콜라 등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는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많이 마셔도 몸 안에 수분이 거의 남지 않거나 오히려 더 빠져나가게 된다. 탄산음료나 과즙음료 등에 첨가된 당분은 비만의 주범이다. 2백㎖ 음료수 1캔에는 보통 70∼1백kcal 정도의 당분이 들어 있다. 최근에는 건강에 좋다는 아미노산,콜라겐 등의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수가 나오고 있지만 이들 영양분은 음료수가 아닌 식사를 통해 훨씬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증류수보다는 칼륨,마그네슘,망간 등 미네랄 성분이 함유된 물이 좋지만 굳이 이런 물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미네랄 성분이 들어있는 물을 많이 마시면 오히려 신장결석이 생길 수도 있다. ◆아침식사 30분 전에 마시는 물은 보약 식사 직전이나 식사 중에 물을 많이 마시면 소화효소를 희석시켜 소화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물은 빈속에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아침식사 전 공복상태에서는 반드시 물을 먹도록 한다. 밤새 잠을 자면서 잃어버린 수분을 보충하고 쌓인 노폐물을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마시는 물은 장의 기능을 촉진시켜 변비예방에도 효과적이다. 1∼2컵의 물을 매일 아침식사 30분 전에 먹도록 한다. 물은 체온보다 약간 낮은 섭씨 20∼25도 상태에서 먹는 것이 좋다. 찬 물은 내장을 차게 하기 때문에 피하도록 한다. 물은 우리 몸에 가장 가까운 pH 7.35∼7.45 정도의 약알카리성으로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약알카리수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없애주고 고혈압 등 질병을 치료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은 가급적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몸에 흡수되는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심장과 신장에 부담이 가게 된다. 천천히 씹어서 먹는다는 기분으로 마시도록 한다. 물을 마시면 살찐다는 것은 잘못된 속설이다. 물에는 열량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마셔도 살이 찌지 않는다. 오히려 물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칼로리를 소모하는 효과가 있다. [ 도움말=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희진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안건영 강남 고운세상피부과 원장 ]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