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에 이어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역시 보완을 요구하는 재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강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당내 개혁파 의원들이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다,정부 내 주무부처인 법무부도 과거분식에 대한 면책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재계는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인수·합병)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 집단소송제가 강행될 경우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며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원칙론' 기류 급부상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그간 재계가 요청해 온 증권 집단소송제 보완론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 집단소송제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되,과거분식을 정리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3년 정도 주고 과거분식에 대해서는 책임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준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개혁파 의원들이 난색을 표시하고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7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당수 여당 의원들이 집단소송법 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여권의 개혁파 의원들은 집단소송제 도입을 예고한지 상당기간 흐른데다 집단소송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법을 고친다면 회계 투명성 강화 및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개혁의지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 개정 현실적으로 어려워 법무부측도 재계 요구를 일부 반영한 재경부 및 금감위의 보완방안에 대해 법 논리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과거분식을 '전기오류수정' 등의 항목으로 정리하면 집단소송뿐 아니라 개별 차원에서의 민·형사상 책임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법무부측은 투자자가 개별 자격으로 분식회계 혐의로 민·형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을 때 법원이 분식회계가 확실하다고 판단하면 현재의 상법이나 형법의 체계에서 책임을 낮춰주기 힘들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남은 일정이 촉박하다는 것도 법 개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법률의 일관성 측면에서 집단소송법 시행을 불과 2주 앞두고 일부 제재조항을 갑자기 유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법사위원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당황하는 재계 재계는 재경부와 금감위 금감원 등이 어느 정도 요구를 받아들이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권 내 법사위의 기류가 반전되자 몹시 난감해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법 개정을 위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17일 법사위가 끝난 직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 송년리셉션에 참가,"법 시행 이전의 분식회계 행위는 소송대상에서 제외되도록 국회에서 선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