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혈관처럼 네트워킹..日후지제록스 '미래형 오피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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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화면에 띄우며,기타 부장의 자료를 함께 뜯어고친다.
세 사람이 메모하거나 고친 내용은 고스란히 저장된다.
마치 한자리에 모여 앉은 듯 세 사람은 그렇게 회의를 이어간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옴직한 이런 장면은 T-큐브 빌딩(삼성그룹 일본 본사 사옥)에 입주한 후지제록스에선 흔한 모습이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간·조직간·개인간 공동작업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에 달려있지요.
이를 보다 구체화한 시스템이 바로 이 사무실입니다."(아오키 요시히사 오픈오피스 사업부장)
30여명의 후지제록스 문서관리서비스개발부 직원들이 근무하는 이 '오픈오피스(Open Office)'는 그야말로 '꿈의 사무실'이다.
1백평 남짓한 미래형 사무실 입구에는 '대화형 전자게시판'이 버티고 서있다.
화면에는 회사 행사계획 등 다양한 정보와 동영상 자료가 차례 차례 나온다.
ID카드를 밀착시키면 해당 직원을 인식,개인별 스케줄이 일목요연하게 뜬다.
사무실에 들어섰다.
오른편은 개인 사무공간.책상은 전체 직원의 절반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15개 정도만 마련돼 있다.
외근이 많은 부서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지정석은 없다.
도서관처럼 빈 자리에 노트북PC를 올려놓는 사람이 임자다.
노트북PC는 무선으로 인터넷은 물론 디지털복합기 전자칠판 등 모든 사무기기와 맞물려 있다.
좌석마다 달린 TFT-LCD 모니터를 통해 다른 지역 직원들과 화상회의도 벌일 수 있다.
사무실 중앙은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인터랙션 존(Interaction Zone)'이다.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9m짜리 긴 나무 테이블을 놓았다.
노트북PC를 들고와 앉으면 그대로 업무공간이 되고,테이블 옆에 있는 반투명 유리벽에 파워포인트 화상을 비추면 곧바로 회의실이 된다.
인터랙션 존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바로 옆 '크리에이션 존(Creation Zone)'에서 구체화된다.
반투명 유리벽으로 3면이 둘러싸인 '사무실 속 사무실'인 이곳에는 효율적인 회의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무기기가 배치돼 있다.
직원들은 전자칠판을 통해 멀리 떨어져있는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나간다.
회의 장면은 통째로 녹화돼 '멀티미디어 의사록'이 된다.
훗날 '6개월전 회의에서 팀장이 기입한 화면'을 참조할 일이 생긴다면 '미디어 디포(Media Depo)'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곧바로 불러오면 된다.
입구 왼쪽에 자리잡은 '어메니티 존(Amenity Zone·오락 공간)'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도록 최첨단 디지털복합기와 냉장고 등을 비치했다.
아오키 부장은 "아이디어와 영감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라며 "공용 사무기기와 편의시설을 배치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자석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미래형 사무실은 업무효율과 창의성을 극대화해줄 뿐 아니라 사무실 운영 경비도 절감해 준다.
후지제록스는 지난해부터 일본 내 대부분 사무실을 이런 컨셉트에 맞게 바꿔 사무실 운영경비를 20% 가량 줄였다.
전자문서화로 종이를 75% 줄여 캐비닛 공간이 그만큼 사라졌으며 개인별 사무공간도 대폭 축소됐다.
하지만 공간이 공용화되면서 실제 개별 직원들의 공간 활용은 더 여유있어졌다.
기타 부장은 "사무실을 찾은 2백40개 글로벌 기업 중 60% 가량이 재방문을 요청해 왔다"며 "빠르면 2006년부터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이런 사무환경을 도입하는 기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