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으로서가 아니라 후배로서 왔다.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간절하게 부탁한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국회로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를 방문,몇번이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예산안을 볼모로 잡을 생각이 없다"면서도 열린우리당 탓으로 돌려 두 사람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다. 이 부총리는 "지방자치단체가 17일까지 예산안을 짜야 하고 동절기 예산도 집행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그 전에 예산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내 계수조정소위원회와 재정경제위원회 소위라도 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에 예산안을 처리하려 했다"며 "그런데 여당은 임시국회를 열기 위해 핑곗거리를 만들려고 했는지 모르지만,야당을 무시하고 예산안 심의를 '사보타지'했다"고 비판했다. 또 "깎을건 깎아야 하는데 여당은 합리적인 야당안을 수용하는 자세가 안돼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이 부총리는 "정부 지출을 2%밖에 늘리지 않았다"며 "줄일게 없다"고 말해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결국 이날 이 부총리는 김 원내대표로부터 "협조하겠다"는 확답을 얻지 못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도 방문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