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난속 중기 인력난…어떻게 해결할까] (전문가 긴급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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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인력난이 심각하다.
경기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들었는데도 중소제조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반면 일할 곳을 찾지 못한 청년(만 15~29세)들은 지난 10월말 현재 35만5천명에 이르는 등 청년실업난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본사 회의실에서 "실업난속 중기 인력난"이란 주제로 중소기업 인력난의 실태와 원인,대책 등을 짚어보는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참석자(가나다순) ]
김성진 중소기업청장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류동길 숭실대 교수
장지종 기협중앙회 부회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정인수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김낙훈 한경 벤처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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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중소기업의 고질적인 경영 애로사항인 인력난이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쓸 만한 인력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은 얼마나 심각한가.
○김성진 중소기업청장=산업연구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중소·벤처업체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만명(최근 노동부 조사로는 16만8천명)의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부족률은 6.2%에 이른다.
직종별로는 기능직,규모별로는 20인 미만 소기업의 부족률이 각각 7.9%와 9.6%에 달해 더 심각하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데 있다.
산업연구원은 오는 2010년까지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이 6%대를 벗어나지 못해 인력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지종 기협중앙회 부회장=지난 10∼11월 기협중앙회에서 주요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해 보니 자금난이나 판매난보다 인력난을 먼저 호소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많았다.
경기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중소제조업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소제조업체의 42%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으며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정인수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최근 경기 부천의 중소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생산기능직 부족률이 15%에 달했다.
부천지역은 기계장비조립 광학 등 성장성있고 수출이 잘 되는 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인력 부족으로 수출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들 업종에 필요한 기능직은 고도의 숙련을 요구하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기도 힘들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쓸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렵기는 벤처기업들도 일반 중소제조업체들과 다를 게 없다.
특히 99∼2000년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에서 벤처로 옮긴 사람들이 원래 직장으로 '회귀'하면서 고급기술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벤처기업을 희망하는 이공계 대학생들이 줄어들어 신규 채용도 힘들어졌다.
○사회=중소·벤처업체의 인력난은 경기 불황에도 전혀 완화되지 않고 있다.
반면 청년들의 취업난은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미스매칭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근본적인 원인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
산업구조 고도화,차이나쇼크 등 급속한 환경 변화에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대기업과의 생산성 및 수익성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떨어지다 보니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시장 원리상 당연한 현상이다.
○류동길 숭실대 교수=중소기업 인력난은 노동시장문제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종속적인 관계,'클수록 좋고 아름답다'는 사회적인 풍토,정부의 정책 실패 등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원인이 겹쳐 있다.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예로 들면 정부가 왜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은행이나 대기업,공기업부터 먼저 시행하게 하는가.
이런 요인 하나하나가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김 청장=고학력화 추세 등으로 교육기관과 연계된 인력수급 시스템이 붕괴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 기능인력을 배출하던 공업고 등 실업계 고교에서는 현재 학생들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청년층이 가치있는 일보다는 편하고 쉬운 일을 선호하고 능력과 부합되지 않는 취업 눈높이를 보유하고 있다.
○사회=중소제조현장의 생산·기능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섬유·제화업체들이 모여 있는 서울 성수공단에서는 방학 중에도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마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만성적인 중소기업 인력난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은 없겠는가.
○장 부회장=산업기능요원제도와 외국인연수취업제도 등 중소기업 인력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공급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우선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12년까지 연장된 산업기능요원제도의 인원 수를 늘리는 한편 중소기업 근무 기간을 군복무 기간으로 인정하는 요건과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산업연수생 등 외국인 근로자 수를 늘려달라는 소리가 높다.
특히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노동집약 소규모 업체들에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수요에 맞게 늘려줘야 한다.
○정 연구위원=청년층과 장기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 훈련에 대해 광범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역 업종별 직업훈련센터를 설립,각 지역의 산업적 특성에 맞는 기능·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청년층이 관심있는 직종과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직종을 연계해 맞춤식 훈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 교수=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에서 구인과 구직을 연결하는 고용안정서비스와 청년들에게 자신의 인적 가치와 능력을 정확히 알려주는 컨설팅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같은 서비스를 공공기관에만 맡기지 말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회사들이 나서서 구인·구직 매개 기능뿐 아니라 직업훈련 컨설팅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류 교수=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TV를 비롯한 언론매체 등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한 대졸 근로자의 성공사례와 중소기업인 성공스토리 등을 많이 다뤄야 한다.
또 중소기업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드라마 제작 등을 통해 중소기업도 일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전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장 회장=벤처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크게 실추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실패나 과오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
이로 인해 도전정신과 창업이 위축되고 있다.
우수한 인력을 벤처·중소기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건전한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고 '패자부활전' 등의 범국가적인 캠페인을 통해 젊은이들의 도전 및 모험정신을 고취시키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사회적인 편견과 임금·복지 수준 격차,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환경 등으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의욕과 자긍심이 크게 떨어져 있다.
이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대책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장 부회장=주택 마련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절실한 문제다.
현행 중소기업 장기 근속 근로자에 대한 주택우선분양 대상에 국민주택 외에 민영주택과 국민임대주택을 포함시키고 우선분양 순위도 4순위에서 2순위로 조정해야 한다.
또 소규모 영세기업 근로자들에게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보험료를 감면해 줘야 한다.
○김 청장=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 못지않게 안전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작업환경 개선사업(클린 3D)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도록 하겠다.
또 10년 이상 중소기업 장기 근속 근로자에 대해 국민주택을 특별 분양하고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를 확대,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직의 야간 근로수당 비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오늘 나온 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겠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