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주인이 바뀌지 않고 건물이 없는 땅들만을 골라 각종 문서를 위조,금융기관으로부터 90억원대 사기대출을 받아온 대규모 토지사기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고건호 부장검사)는 수도권 지역에 있는 시가 총 3백여억원 상당의 나대지만을 대상으로 거액의 대출사기를 벌여온 토지사기단 21명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이 중 주범격인 곽모씨(51) 등 죄질이 무거운 7명을 특경가법 사기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지명수배 또는 불구속 입건했다. ◆철저한 역할 분담=검찰에 따르면 곽씨 등은 작년 9월 경기 성남시 소재 3만5천평에 달하는 임야를 발견한 후 위조한 소유자의 주민등록증과 부정발급받은 인감증명서 등을 T상호저축은행에 제출,30억원을 대출받는 등 작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수도권 소재 5곳의 나대지를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9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으려 한 혐의다. 검찰이 밝힌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조직원 간에 철저하게 역할분담이 이뤄졌다는 점. 범행대상인 토지 물색에서부터 문서위조와 대출 추진,심지어 땅주인이나 채권자 행세를 할 소위 '바지'팀 등으로 세밀하게 나뉘어진 것. 그러면서도 곽씨 등 범행 전체를 지휘하는 총책들은 절대로 전면에 나서지 않는가 하면 공범들간에도 바로 위 상급자만 알 수 있는 완전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토지사기단 데이터베이스(DB)화=사건의 주범인 곽씨는 조직원들에게 자신의 본명이 아닌 전혀 엉뚱한 이름으로 불렸다. 자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서다. 때문에 하부 조직원을 통해 입수한 이 이름으로 범죄기록 등을 조회,곽씨의 신원을 확보하려 한 검찰은 수차례 허탕을 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 같은 점에 착안,토지사기범에 대해서도 조직폭력이나 마약사범 등과 같이 동종전과자 사진 및 전과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방안을 대검에 정식 건의해 현재 대검차원에서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