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자 새해 예산안 심의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태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기국회 이전엔 한나라당이 몸이 달아 있었다.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며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겉으론 양당 예산결산특위 간사간 합의대로 '9일까지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그렇게 속도를 내지는 않았다. 정책 고위 관계자는 "회기 내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제하면서도 "늦어도 15일까지는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회기를 넘길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이른바 '쟁점법안'처리를 위해 임시국회를 추진하는 여당으로선 그 명분으로 '예산안 심의'를 내세울 필요가 있었다. 이에맞서 국보법 저지에 온힘을 기울인 한나라당은 임시국회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도 예산안 심의를 마쳐야만 했다. 그러나 회기가 끝나고 임시국회가 열리자 열린우리당이 다급해졌고,한나라당은 '소걸음'이다. 예결특위는 임시국회 개회 첫날인 10일 두 차례 예산안 심사소위를 소집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특위 간사인 박병석 의원은 12일 "한나라당이 계속 참여를 안할 경우 심의를 강행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은 요지부동이다. 유승민 의원(특위 간사)은 "시간을 갖고 심의에 임할 것"이라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쉽게 응할 경우 다른 상임위 일정도 탄력을 받게 되고 그러면 임시국회 내에 국보법 통과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숨어 있다. 여야 모두 예산 심의를 국보법 등 '쟁점법안'과 연계시키며 '정략'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8년 이후 예산안이 법정기한(12월2일) 내에 통과된 것은 세 번밖에 안된다. 나라살림이 정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