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정직한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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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측 변호사가 거만한 태도로 증인을 심문했다. "직업이 뭐랬죠." "날품팔이입니다." "요즘 세상에서 날품팔이의 사회적 지위는 어디쯤일까요?" "별로지만,아버지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아버지는 뭘 하셨는데요." "변호사요."
서양 유머엔 이처럼 변호사를 희화화한 것이 수두룩하다.
미국 사회의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아빠의 거짓말을 막아달라는 아들의 기도 때문에 뭐든 사실대로 말하게 된 변호사가 좌충우돌하면서 곤욕을 치르는 영화 '라이어 라이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변호사가 사회적으로 영 푸대접받거나 아무도 원하지 않는 소외된 직업이냐 하면 그런 것같지는 않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직업의 사회계층적 위치와 일반의 신뢰도는 일치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믿는 직업과 정작 자신이 원하고 선택하는 직업은 다른 까닭이다.
공익성 내지 남들의 평판은 직업 선택의 우선순위에서 소득,사회적 대우,권한,여가시간,안정성 등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갤럽에서 공공서비스 관련 21개 직종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간호사가 1위,교사가 2위를 차지한 반면 국회의원 변호사 정치인의 순위는 형편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세계 21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에서도 정치인은 꼴찌를 차지했다.
1위는 의사였다.
비슷한 시기에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유럽 18개국 사람들에게 실시한 설문에선 소방관 항공기조종사 약사 간호사 교사 등이 상위였고,부동산중개인 광고인 자동차판매인은 하위였다.
택시운전사가 변호사보다 높았고,정치인은 아니나 다를까 최하위를 면하지 못했다.
일본에선 오랫동안 엔지니어(기술자)가 1위였는데 최근 소방관에 수위를 내주고 2위로 물러났으며 다음은 간호사 판사 약사 변호사 의사 수의사 복지사 순이다.
우리의 경우는 과연 어떤가.
정치인에 대한 건 물어볼 것도 없겠고,외국에서 정직하고 믿을 만하다고 꼽힌 직업에 대한 신뢰도는.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