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의 알짜 중소형주를 소리없이 사들이고 있다. 파이컴 지엔코 디에이피 안철수연구소 능률교육 등이 주요 타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의 외국인 지분율은 한 달여 만에 4∼6%포인트씩 높아졌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좋고 배당투자도 유망하지만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소외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업종 전망이 불투명하고 매수 주체나 시장을 이끌 만한 재료도 없어 외국인들이 저평가 중소형주를 '피난처'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량 중소형주 사냥 10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1일 0.01%(1천6백주)에 그쳤던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파이컴의 외국인 지분율은 9일 현재 6.55%로 높아졌다. 미국계 펀드가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 1백87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올해 1백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등 실적이 호전돼 외국인들이 '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캐주얼의류 업체인 지엔코의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기간 0.02%에서 6.33%로 6.31%포인트 늘었다. 지난 9일 하루 동안 47만3천주(5.5%)를 순매수했다. 저평가된 고배당주라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엔코는 주당 2백원의 현금과 8.14%의 주식을 배당키로 결정해 코스닥의 대표적 배당투자 유망주로 떠올랐다. 휴대폰과 디지털 캠코더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디에이피도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입질을 시작한 외국인들은 지분율을 5.26%까지 높였다. 회사측은 "올해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지난 8월부터 외국인을 상대로 IR(기업설명회)를 벌인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철수연구소 능률교육 우리조명 경동제약 부국철강 등도 실적 호전과 주가 저평가,고배당 기대감에 힘입어 외국인 매수세를 꾸준히 받고 있다. ◆IT주 매수 여부가 관건 외국인들은 그 동안 인터넷 관련주나 주요 IT주에 대해 매도세로 일관해 왔다. 지난달부터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아시아나항공 LG홈쇼핑 레인콤 CJ인터넷 기륭전자 우영 아토 등을 주로 순매도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코스닥시장 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백1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코스닥 중소형주에 계속 '러브콜'을 보낼지는 IT주가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주가 성장 기대감을 회복해 저평가된 것으로 인식되면 매수 타깃이 중소형주에서 IT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준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전날 NHN에 대해 13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 이날까지 이틀째 매수 우위를 보였고 대표적인 기술주 중 하나인 유일전자에 대해서는 지난달 17일 이후 18일째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형주가 일시적인 대안으로 부각될 수는 있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장기간 유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