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취업난 … 입사시험 정보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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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B조입니다. 처음으로 후기 남길께요. 영어 면접질문은 지원동기, 23년간 살면서 내린 가장 중대한 결정 등.참고하세요."(필명:꼭꼭꼭)
대한항공 여승무원 채용 면접시험이 한창이던 지난 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항공 승무원 관련 카페인 '전직&현직&차기 승무원 다 모이세여'(cafe.daum.net/cabincrew)에 이런 글이 떴다.
시험은 7일까지 계속됐지만 회원만 6만8천여명에 이르는 이 카페엔 면접질문을 귀띔해 주는 응시생들의 글이 이미 수 십건 올라와 있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질문 내용은 물론 면접관 스타일,시험장 분위기 등 세부적인 것들이 인터넷에 다 공개되다 보니 회사로서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에 따라 매일 질문 내용을 바꾼 것은 물론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취합해 면접관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작년부터 '승객에게 커피를 쏟았을 때' '비빔밥을 달라는데 닭고기 요리만 남았을 때' 등의 돌발 상황을 부여해 응시생들의 임기응변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취업응시생이 뛰면 기업은 난다?'
대기업 공채시험에서 응시생들과 기업 사이에 정보전이 치열하다.
특히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필기시험 문제는 물론 면접 질문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되자 기업들은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비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응시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2∼3년전부터 다음 카페인 '취업뽀개기'(cafe.daum.net/breakjob) 등에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문제와 면접질문이 해마다 올라오자 프리젠테이션과 집단토론을 추가해 회사에 맞는 인재를 가려내고 있다.
프리젠테이션 시험에선 전공과 관련된 주제를 주고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을 평가한다.
응시생 6∼8명을 한 조로 묶어 45분간 실시되는 집단토론도 당락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SAT와 임원면접 보다는 프리젠테이션과 집단토론 점수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인터넷으로 내용을 파악했더라도 축적된 지식이 없으면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20일간 진행되는 면접 기간에 오전과 오후,날짜별로 다른 면접 문항을 다르게 편성하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
기업별 시험 내용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면접관들에 대한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부터 사장단을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여시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달 전문가를 초빙,20여명의 계열사 사장 부사장들에게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인재를 고르는 법'에 대한 특별 교육을 실시했다.
면접 전형을 진행 중인 KOTRA도 최근 면접위원들을 대상으로 응시생이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 법한 돌발질문과 압박질문 요령 등을 교육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면접에 직접 들어가 왜 경쟁자들에게 미리 정보를 알려주느냐고 물었더니 '선의의 경쟁자 아닌가요.
취직도 어려운데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라는 답을 들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