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외환 거래가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현행 국내 외환시장 '호가(呼價.주문가격) 시스템'이 대략의 매수.매도 가격만 밝히는 쪽으로 바뀐다. 외환 도매시장에 해당하는 '은행간 거래시장'을 보호하고 역외세력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유럽 일본 등 역외에서 실제 매수.매도호가를 숨기는 반면 한국만 이를 낱낱이 공개해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외환시장운영협의회 관계자는 9일 "국제 관행에 맞게 실제 거래가격에 일정 금액을 더하거나 뺀 값을 공개해야 한다는 데 회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대략 내년 상반기 중 새로운 호가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국내 은행간 외환거래시장에 참여하는 국내외 금융회사 및 중개회사로 구성돼 있으며 외환시장의 거래규칙 시스템 등을 변경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새로운 호가체계가 도입되면 실제 호가는 감춰지고 대신 다소 애매한 범위의 호가가 공개된다. 예를 들어 일정 시점에서 달러 매수주문이 1천50원,매도주문이 1천50원10전에 형성됐을 경우 외부로 공개되는 수치는 각각 1천49원70전과 1천50원40전 등으로 매매호가 간 가격차가 실제보다 부풀려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호가를 숨기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이 원가를 밝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호가체계 변경으로 인해 국내 외국환은행들이 주고객인 기업체나 역외 외국계 투자은행과의 거래에서 지금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체나 역외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이전보다 불리해지게 돼 새 호가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는 이견 조율과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호가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외환시장운영협의회의 권한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항인 만큼 제도 변경에 따른 파장을 꼼꼼히 따지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