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도 수많은 S(Super) A(Ace) H(High Potential)급 인재를 영입했다. 최고경영진들이 전력을 다해 스카우트전을 펼친 결과다. 현재 삼성전자가 확보한 핵심인재 가운데 S급은 1백명 안팎.A급과 H급 인재는 이보다 훨씬 많다. S급이 1백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A급과 H급 인재는 그보다 10배는 많다고 보면 맞다. 핵심인재를 축으로 짜여진 삼성의 인사시스템은 상당히 복잡하다. 복합적인 기준과 내용들이 매트릭스처럼 얽혀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핵심인재와 비핵심 인재 간 처우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삼성의 인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몇 차례 자문한 모기업 관계자는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회사에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최근 10년간 급변해온 경영 환경에 상당히 단련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석·박사학위 소지와 핵심 인재 간 상관관계,임원과 핵심 인재의 일치 정도 등도 직원들에게는 궁금한 사안들이다. 삼성전자의 사례로 삼성의 인사 시스템을 들여다 본다. 공채를 통해 들어온 신입사원도 핵심 인재로 분류될 수 있다. 물론 등급은 '잠재력이 높다'는 뜻의 H(High Potential)급을 받는다. 국내외 유수 대학 졸업자로 전문기술지식 창의력 어학능력 등을 감안해 자질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면 핵심 인재로 분류한다. 미국의 경우 '톱20' 대학에서 성적이 상위 3∼5% 내에 든 졸업생이 대상이다. 하지만 본인도 자신이 핵심 인재인지,아닌지 전혀 알 수 없다. 회사측이 통보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급한 현안이 생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때 대부분 우수 인재들로 팀을 꾸리기 때문에 핵심 인재들은 서로를 알아볼 때가 있다고 한다. 핵심 인재를 자체 양성한 사내파와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영입파로 분류하면 S급은 5 대 5로 균형을 이루지만 전체적으로는 4 대 6 정도로 영입파가 많다. 지난 93년 이후 신경영이 본격화하면서 순혈주의(공채기수 중심의 인사관행)를 지양한 데 따른 결과다. 공채 출신 비핵심 인재라도 나중에 능력을 검증받으면 핵심 인재로 분류될 수 있다. 영어실력이 뛰어나고 삼성이 요구하는 인재상인 △전문성 △창의성 △변화와 혁신 마인드 △리더십과 도덕성 △디지털 컨버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으면 언제든 H급이나 A급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컨버전스에 대한 업무수행 능력이 크게 강조되는 분위기다. 마찬가지로 일정기간 성과가 부진하거나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면 언제든지 등급 분류를 취소할 수도 있다. 석·박사학위를 따더라도 그 자체로는 핵심 인재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학위 취득이 개인의 업무 성과 향상으로 분명하게 이어져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 내 석·박사학위 소지자는 모두 1만9백여명.핵심 인재의 숫자와 차이가 있다. 같은 핵심 인재 영역에서 등급 조정도 이뤄진다. 맡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거나 두드러지게 조직에 기여한 부분이 있으면 H급에서 A급으로 올라설 수 있다. 휴대폰 영업을 예를 들면 경쟁사에서 누구나 실력을 인정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 A급 기준이다. S급은 글로벌 톱 수준의 역량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삼성그룹 CEO의 대부분이 S급에 속한다고 보면 맞다. 핵심 인재와 임원 승진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핵심 인재라고 임원 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신규 임원을 선임할 때는 핵심 인재가 유리한 평가를 받는다. 핵심 인재에게 주어지는 인사상의 구체적인 혜택은 파격적인 인센티브 부여,경력관리나 자기계발 기회 등이다. 하지만 비핵심 인재들이 두드러지게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다. 임원 승진은 사전에 정해진 별도의 기준과 요건에 의해 이뤄진다. 또 조직의 균형 발전을 중시하기 때문에 비핵심 인재들이 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