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고 뒤틀린 민초들의 역사 '백년여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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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붉은 산,흰 새''그 섬에 가고 싶다''봄날' 등을 펴낸 중진 작가 임철우씨(50)가 6년만에 장편소설 '백년여관'(한겨레신문사)을 새롭게 내놨다.
작품은 일제시대부터 4·3제주항쟁,6·25전쟁,80년 광주민주화운동까지 우리나라 1백년의 역사를 그림자섬 '영도(影島)'의 '백년여관'에 모인 등장인물들의 갖가지 사연을 통해 그려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영도로 호출받은 인물들의 내력과 비밀을 퍼즐 맞추듯 하나씩 풀어나가는 이 소설은 삶과 죽음을 끌어안고 역사의 굴곡을 견뎌내야 했던 이 땅 민초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한 소설가 이진우는 환청을 듣고 영도로 찾아간다.
친구 케이의 죽음 이후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지 못한 괴로움에 시달리던 그는 영도로 가는 도중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시애틀에서 한국을 찾은 재미교포 요한 킴과 백년여관의 주인 강복수를 만나게 된다.
요한 킴은 어린시절 6·25 보도연맹 사건으로 부모를 모두 잃은 충격에 기억을 상실하고 미국으로 입양된 후 외롭게 성장한 인물이다.
제주도 출신의 강복수도 4·3항쟁 때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영도로 들어온다.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연좌제 때문에 좌절을 맛본 그는 어린 시절부터 혼령들과 함께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게 된다.
작가는 후기를 통해 "요즘 같은 세상에 해묵은 역사,지나간 사건에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는 물음을 많이 받았다. 나는 단지 사람을,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김영현은 "임철우는 다정한 작가이다. 그의 다정함은 늘 깨어지고 뒤틀어진 사람들의 상처를 응시하고 안아준다"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