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시화공단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공단이다.


반월에는 2천4백40개,시화에는 4천4백80개의 기업이 몰려있다.


비교적 탄탄한 업체들이 많은 이곳에서도 설비와 공장을 팔려는 기업들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경기침체탓이다.


하지만 공장을 사려는 발길은 뚝 끊긴 상태다.


반월공단에서 자동차설비를 제작하는 K산업은 연초 새로 구입했던 밀링기계를 절반 가격에 되팔기 위해 매물로 내놓았다.


경기침체 여파로 납품계약이 속속 해지되면서 일감이 줄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 J사장은 "올 들어 종업원도 반으로 줄였다"고 말한다.


이 회사처럼 노는 설비를 팔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유휴설비 거래사이트에 설비 매각을 의뢰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시화공단 기계업체인 H사의 경우 아예 공장을 통째로 팔기 위해 내놓았다.


이 회사의 대표는 "앞이 안보이는 불경기에 사업은 무슨 사업이냐"며 "직원들 퇴직금이나 주고 사업을 접기 위해 공장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반월·시화공단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공단으로 알짜기업들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런 이곳에도 불황의 한파가 밀어닥치고 있다.


설비를 팔고 공장을 매각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공단 내 가로등과 공장 담벼락에는 공장매각을 알리는 광고전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화공단 공구상가에 있는 공장매매 전문 중개업소인 삼성부동산의 안효중 대표는 "공장 매물이 작년 말에 비해 2개가량 늘었다"며 "납품처인 대기업을 따라 해외로 이전하거나 충남 등 보다 저렴한 지역으로 옮기려는 업체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한 부동산업체가 20∼30건의 매물을 갖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은 40∼50건을 보유하고 있는 업소도 있다"며 "반월·시화 전체로 봐서 수백건의 공장매물이 나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 공장을 보러오는 발길은 뚝 끊긴 상태다.


시화공단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오병춘 부장은 "공장을 팔아달라는 주문은 늘고 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몇달 동안 한두 건의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힘들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어렵사리 성사시킨 계약도 깨지기 일쑤다.


최근에도 전화로 이런 통보를 받았다.


시화공단 내 공장을 임차계약했던 인천의 S사 대표가 한동안 잔금을 치르지 않아 연락을 했더니 "계약금 3백만원을 포기하겠다"고 응답해온 것.오 부장은 "요즘 들어 이런 일이 허다하다"며 "극심한 내수 부진에 경기회복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이 공장을 사거나 임차하려는 기업인이 줄어들면서 공장양수도 건수도 격감하고 있다.


산업단지공단 시화지사에 따르면 올 초 월평균 40여건에 달하던 시화단지 내 공장 양수도 건수는 9월 17건으로 줄어들더니 11월에는 11건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 4∼5년간 꾸준히 상승해 평당 2백만원 이상으로 올랐던 반월·시화지역의 공장용지 가격도 최근에는 1백70만∼1백80백만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최근 공장을 내놓은 한 중소기업 사장은 "반월·시화는 공장을 내놓기가 무섭게 팔리던 곳인데도 몇달 동안 원매자를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경기가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월·시화=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