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양근 한국산업인력공단 강원직업전문학교원장ㆍ경영학박사 > 최근 프랑스 출장 때 에펠탑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절묘하게 결합된 기술미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에펠탑은 건축기술과 용접기술이 오묘하게 결합된 철구조물이다. 첨단기술과 기반기술 모두를 갖추지 않고서는 탄생시킬 수 없는 명물이다. 에펠탑에서 보듯 첨단기술이 발휘돼 완성된 모습을 갖추도록 해주는 기반기술과 현장기술은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것임에도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용접을 예를 들어 보자. 용접부위의 미세한 균열은 거대한 구조물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중요한 용접을 누가 하는가? 이공계 대학출신의 엔지니어가 하는가? 로봇이 하는가? 용접은 현장의 용접사가 하는 일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현장에서 용접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과연 그들에게서 '혼과 정성'이 담긴 용접을 기대하며 세계적인 구조물을 세울 수 있을까? 우리가 '이공계 살리기''BK21''뉴딜' 등을 외치고 있을 때 정작 우리 산업의 토대를 이루는 현장기반기술은 황폐화돼가고 있다. 이제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현장기술과 기반기술 인력육성의 틀도 재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기업 기술 중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용접,금형,주조,정밀가공,도금 등의 분야를 '신(新)경쟁력 직종'으로 선정해 인력양성과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집중 육성책만으론 부족하다. 이런 신경쟁력 직종과 기업에 대해 '1 기능장 10 도제(徒弟)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한 명의 숙련 기술자가 최소한 10명 정도의 젊은 기술자를 현장교육(OJT)을 통해 숙련,육성시켜야 앞으로 10년 후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이면 공업고 졸업자로는 현장 인력수요를 충당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현재 40대인 기능장들이 은퇴하고 난 후,그들의 노하우를 이어갈 방법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좀더 긴 안목으로 '신경쟁력 직종 연금제도'같은 제도를 도입해 이 직종을 선택할 젊은 기술자들의 미래를 일정 수준 보장해줄 안전장치도 긴요할 것이다. 용접사들의 혼과 정성이 국가 자존심을 살리는 작지만 중요한 일임을 사회 지도자들이 깨달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혹 유럽 순방길에 에펠탑을 볼 일이 있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