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에서 헤지펀드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것이 보탬이 되는건지 아니면 시장 질서만 교란시키는 나쁜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논란이 분분하다. 경제금융정보 전문서비스 블룸버그는 1일 경제 칼럼니스트 매튜 린의 기고를 통해 헤지펀드가 `거품'을 부풀리는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이것을 터뜨려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린은 결론적으로 헤지펀드가 거품을 터뜨리기보다는 부풀리는 역할을 해왔다고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판단의 근거로 미재정학협회(AFA)가 발행하는 학술지 `저널 오브 파이낸스' 10월호에 분석된 내용을 거론했다. 저널은 현재 전세계적에서 모두 7천여개의 헤지펀드가 근 9천억달러의 자금을운용하고 있다면서 비판론자들은 헤지펀드가 외환, 증권.채권 및 상품시장의 투기성을 높이는 부정적인 변수임을 강조하는데 반해 시장의 불투명함이 갈수록 높아지는상황에서 위험분산 기능을 수행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견해도 많다고 지적했다. 과연 어느 쪽 논리가 맞을까. 린은 저널의 분석을 통해 그 답을 제시한다. 헤지펀드가 거품을 터뜨리기보다는 부풀리는 역할을 해왔다는 쪽이 설득력이 높다는 것이다. 린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스테판 나겔과 프린스턴 대학의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두 교수가 함께 쓴 '헤지펀드와 기술주 거품'이란 책을 인용했다. 저자들은 지난 1998-2000년 50개 이상의 헤지펀드를 분석한 결과 헤지펀드가 기술주 거품이 터지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조사대상에는 헤지펀드의 거물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타이거 매니지먼트도 포함돼있다. 저자들은 헤지펀드가 당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데 일반인이 생각하듯 기술주에 `약게만' 투자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0년 3월나스닥 지수가 급등했을 때를 상기시켰다. 헤지펀드가 당시 포트폴리오의 31% 가량을 기술주로 채웠으나 정작 기술주가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99년말까지는 헤지펀드가 기술주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적극 공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가 기술주의 호조에 편승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헤지펀드가 이처럼 추세를 좌지우지하기보단 편승하는 쪽에 주력해왔다는 또다른 증거로 최근의 고유가도 거론된다. 국제사회에 고유가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산유국 쪽에서 '헤지펀드의 석유부문 투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이것 역시 기술주에 대한 헤지펀드의 역할과 유사한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런던 소재 헤지펀드 전문분석기관 앨런브리지 그룹의 간부 제이콥슈미트는 다우존스에 "헤지펀드는 금융시장의 추세를 쫓는다"면서 "추세에 거슬리면돈을 잃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견도 나온다. 런던 소재 앤스바처 앤드 코의 수석투자전략가 팀 프라이스는다우존스에 "추세를 얘기하지만 헤지펀드의 다수는 여전히 추세와 무관하게 투자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헤지펀드 추세론을 과신하지 말라는 얘기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에서 헤지펀드 `유용론'이제기된 점도 린은 상기시킨다. 그린스펀이 올초 미상원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언급하는 가운데 "헤지펀드가 금융시장의 융통성 제고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금융 상품의 가격을 정열시키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겔과 브루너마이어 두 교수는 헤지펀드가 어디까지나 `모멘텀 투자 수단'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모멘텀 투자란 이를테면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것 같다'는 식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만한 큰 사건을 예측해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자금을 몰아 넣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헤지펀드 유용론을 과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두 교수의 충고다. 린은 금융시장도 헤지펀드를 수수방관하지 않는 속성을 가졌다면서 헤지펀드가거품을 부풀린다고 판단되면 즉각 규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헤지펀드가 금융시장을 동요시키지 않더라도 기대하는 만큼의 수익을 내지못하면 사람들로부터 외면 당할 수 밖에 없는 속성도 함께 지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린은 지난 1998-2000년의 기술주 호조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헤지펀드가 그 덕을 톡톡히 본 측면도 강하다면서 따라서 헤지펀드가 또다른 `보물 단지'를 열 것으로 과신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