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통합거래소 이사장 후보 추천자 3명의 명단을 받아든 청와대 실무진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당초 청와대가 선호했던 인물이 빠진 가운데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 출신들로 추천 후보들이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청와대와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청와대가 물먹은 것 아니냐"는 반발부터 "시스템에 따른 것인만큼 어쩔 수 없지만 허탈하다"는 등의 반응이 다양하게 나왔다는 전언이다. 논란은 세명 가운데 한명을 선정할 것인가,아니면 새로 공모절차를 밟도록 할 것인가로 이어졌다. 결국 이날 오후 늦게 가서야 '공모절차 백지화'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재경부의 과욕에서 비롯된 이날 사건은 여러 뒷말을 남겼다. 청와대는 개입설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지만 적극적 개입없이 재경부 출신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할리 없다는 점이 그렇고,모두 재경부 출신이긴 하지만 추천위원회 절차를 통해 올라온 안을 무효화시켰다는 점도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 같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을 처리하는 과정은 공모시스템과 청와대 업무스타일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특정인을 보내고 싶었으면 강력하게 밀어붙여 추천위원회를 장악하든가,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는 후보를 지원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공모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공모를 하면 진짜 능력있는 사람들은 거의 지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필요한 인재들은 한두차례 공모에 떨어지면 염증을 느껴 제대로 된 자리가 있어도 지원조차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번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출 파문은 결국 재경부의 과욕과 청와대의 어설픈 일처리,인사시스템의 문제점이 융합된 결과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