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주택건설업체들이 '버티기 경영'에 들어가고 있다. 향후 2∼3년간 주택공급을 최대한 미루면서 분양시장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전략이다. 중견 건설업체인 W사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수 년 전 사뒀던 경기도 동두천시의 토지를 최근 지역업체에 매각했다. 분양시장이 '바닥'인 상황에서 분양에 나서봤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향후 신규사업 수주를 아예 중단하는 한편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회복기까지 버틴다는 계획이다. Y사 역시 내년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기로 보고 수도권 일대의 일부 사업부지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또 예정됐던 분양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거나 아예 무기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70∼80% 수준인 주택사업 비중을 대폭 낮추고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공공사업 등의 비중을 높여 '주택전문업체'란 인식에서 탈피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창사 이래 가장 보수적인 경영에 들어가기로 한 N사는 주택 부문 신규사업을 접고 정부에서 발주하는 토목 및 해외사업 쪽으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산매각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다른 중견업체 W사의 한 임원은 "택지개발지구나 최근 3∼4년내 공급이 없었던 지역 등 틈새시장이 아니면 당분간 아파트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택건설업체들이 향후 2∼3년간 '버티기 경영'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면서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위축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경험했던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급등 현상이 향후 2~3년 뒤에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