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차기국무장관 지명은 부시 행정부 내부의 `인적 역학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미국의 우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국제문제 전문가 제임스 만이 23일 밝혔다. 부시 행정부 내 매파들의 성향을 파헤친 책 `불카누스 그룹의 흥기'를 쓴 제임스 만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 외교안보팀 재편의 가장 큰특징은 "부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 온건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사임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득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세계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라이스국무장관 지명자는 강경파이긴 하지만 네오콘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이 가진 힘의 신봉자일 뿐 `민주주의의 이식'이라는 네오콘의이념을 공유하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인 라이스 지명자와 미국의 우월성을 중시하는 부시 대통령,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 등 중동문제에 대해서만네오콘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현실주의'를 선택했다. 만은 부시의 집권 2기에 단행된 외교안보팀 교체는 이념의 차이에서 촉발된 것이 아니라 파월의 역할로 인해 초래된 부처간 긴장을 완화하고 국무부에 대한 대통령 직할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장관과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 사이의 갈등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뿌리가 깊다. 당시 체니 부통령은 국방장관이었고 파월 장관은 합참의장이었다. 체니 당시 국방장관과 그의 민간인 보좌관이었던 폴 울포위츠, 스티븐 해들리(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은 군부의 압도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완전히 독자적으로행동하는 파월에 대해 경악했다. 그들은 부시 대통령이 파월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하자 서둘러 파월을 상대해 낼 수 있는 럼즈펠드를 영입했다. 체니 부통령 등은 파월이 군부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방부와 국무부를 좌지우지하면서 미국의 외교에 대통령보다 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부시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순간 파월은 이미 헤게모니 다툼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부시 대통령은 파월이 부담스러웠지만 집권 1기 내내 파월과 동행했다. 파월의높은 인기와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당선된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 파월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 만의 분석이다. 만은 라이스가 부시 대통령과 긴밀한 정신적 유대관계를 갖고 있어 파월 시절에비해 국무부의 위상이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라이스는힘의 논리와 국익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로 부시 대통령의 의중을 벗어나는 외교정책을 구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만은 외교안보팀 개편은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이 직접 미국 외교정책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는고삐를 손에 쥔 부시 대통령의 생각과 판단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