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3주 연속 오르던 뉴욕 증시가 앨런 그린스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미 경상적자 우려 발언으로 제동이 걸렸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9일 독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6천억달러에 육박하는 경상적자가 달러 가치에 중대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미국의 국채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경상적자를 보충해준 외국 중앙은행이나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달러 자산을 매입하지 않을 경우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은 해석을 어렵게 만드는 지금까지의 은유적 표현과 달리 거의 직설적이었다. LPL 파이낸셜서비스의 수석투자담당인 링컨 앤더슨은 "투자자들이 걱정할만한 정도의 발언이었다"며 "그린스펀 의장이 왜 그렇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은 그린스펀 의장의 이같은 발언을 존 스노 재무장관이 달러화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한 발언과 함께 미국이 달러화 가치하락을 중단시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약세권에 머물던 달러가치가 더 떨어져 유로화에 대해 유로 당 1.3056 달러,엔화에 대해 달러 당 103.32엔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마저 급등,시장에 부담을 줬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48.44달러로 전날보다 2.22달러나 올랐다. 이에 따라 19일 다우지수는 1백15.64포인트 떨어진 10,456.91,나스닥은 33.56 포인트 하락한 2,070.63으로 주저앉았다. 한 주 전체로는 다우가 0.78%,나스닥은 0.71% 하락했다. 대선후 미래의 불확실성 감소와 기업들의 실적호전에 힘입어 3주 연속 올랐던 주가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가 하락이 이번 주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AG 에드워즈 앤드 선스의 주식전략가인 스튜어트 프리만은 "그동안 상승세에서 평가 이익을 낸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핑계삼아 주식을 팔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선,테러,기업수익 부진우려 등이 촉발시켰던 불확실성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만큼 상승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주는 25일이 추수감사절 휴일이어서 시장이 문을 닫는다. 다음날은 반나절만 거래가 이뤄진다. 조셉 시티븐스의 주식조사담당인 도널드 셀킨은 "투자자들이 장을 떠나기 때문에 시장은 조용할 것 같다"며 "하지만 전통적으로 주식이 강한 주간이어서 주가는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달러화 가치 하락이 점진적으로만 이뤄진다면 주식시장에 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지표나 기업수익 발표도 많지 않다. 23일 10월 기존주택판매, 24일 10월 내구재수주 및 11월 소비자심리 등이 발표된다. 투자자들은 지난 주 처럼 달러화가치 하락과 유가동향을 주목할 것 같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