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 시기를 12월이나 내년으로 연기하는 장외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IT(정보기술) 업황이나 새내기주의 주가가 살아난 이후에 등록하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코스닥에 등록된 경쟁업체 주가를 보고 등록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쟁업체의 주가가 공모가를 산정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다. ◆경쟁업체 주가 올라라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공모 예정이었던 대주전자재료 모빌리언스 케이에스피 등이 잇따라 공모시기를 다음달로 옮겼다. 청약시점을 10월께로 잡았던 미래컴퍼니 에스아이플렉스 아이크래프트 등도 다음달 이후로 미뤘다. 이들이 공모를 늦춘 배경은 코스닥시장 침체다. 증권사 IPO(기업공개) 담당자는 "코스닥 내 동종업체 주가가 급락하자 공모가가 낮게 책정될 것을 우려해 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새내기주 약세로 공모가 방어가 쉽지 않다는 불안감도 크다"고 지적했다. 대주전자재료는 3천2백∼4천원에 공모키로 했다가 연기했다. 사업이 비슷한 휘닉스피디이 주가 등에 비춰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금융감독원이 정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이크래프트와 진화글로텍은 아예 공모 마감시한(등록심사 통과일로부터 6개월)을 한 차례 연장키로 결정했다. 모빌리언스와 케이에스피는 등록업체 중 마땅한 비교 업체가 없어 공모를 연기한 케이스다. 비교가치 분석으로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해 소프텔레웨어 유엔젤 등 무선인터넷 업체와 진성티이씨 조광아이엘아이 등 산업용 부품 업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으나 금감원이 '불가'를 통보,본질가치 산정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연말 이후 호전될까 올해 공모에 나서는 업체는 22,23일 청약을 받는 화인에이티씨와 유니드를 비롯해 12개사다. 이들을 제외한 하반기 등록심사 통과 업체들은 대부분 내년에 공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연말을 지나면서 공모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거래소 새내기주 강세가 낙관론의 근거다. 최근 거래소에서는 유니퀘스트 텔코웨어 LG필립스LCD 등 신규 등록주들이 잇따라 강세를 보이면서 공모가를 회복했다. 코스닥에서도 신규 등록주들의 하락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조금씩 나온다. 이날 등록한 한서제약과 토비스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도 공모주 저평가에 대한 반발 매수세로 해석된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기업인수팀장은 "IT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면서 발행시장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며 "연말을 기점으로 공모주 투자환경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