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해결사인가] (4) 시장원리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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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연기금 운용의 합리적인 방안모색이 '핫 이슈'로 부상했다.
연기금투자의 다변화가 대세하는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투자확대시점과 대상 결정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들이 많다.
이에 대해서 '연기금의 공공성 제고를 위해선 정부가 어느정도는 앞장서는 게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내의 찬반 양론이 워낙 팽팽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수십년 앞서 연기금을 운용해온 선진외국의 경험을 통해 정책방향을 모색해본다.
"외국 연기금들은 '전략적 자산배분'이라는 원칙 아래 자산별 투자액 비중을 시장원리에 따라 정한다.
투자 다변화의 목표는 시장의 기회를 최대로 활용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최적의 수익률을 내는 데 있다"(국민연금연구센터 노인철 소장)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1백40만명의 노후를 책임지는 대표적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주 공무원퇴직연금)를 보자.
지난 6월 말 현재 자산 1천6백63억달러(2백조원 상당)를 굴리고 있는 이 연금은 민간 전문가들이 외부 간섭 없이 철저히 '시장원리'에 따라 자산을 운용한다.
투자방향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사회에서 정한다.
주식,채권,부동산 등 투자대상별로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투자 자산 비중을 결정한다.
이사회가 투자방향을 정하면 전문가 1백20명이 포진한 캘퍼스 투자국이 실질 운용에 들어간다.
1백명은 국제재무분석사(CFA) 등 자격증을 갖추거나 대학에서 투자전문 과정을 공부한 공무원들이다.
나머지 20명은 민간 전문가들.
캘퍼스의 브래드 파 체코 대외협력국장은 지난 9월 말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을 설정한 후 그 안에서 최고의 수익을 거둔다는 운용철학 아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립학교 교사연금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유명하다.
기금 적립규모는 2천6백62억 캐나다달러로 연간 10.6%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 기금 역시 투자는 엄격한 계량 분석 하에 추진된다.
'시장위험이 없는지' '자산이 준독점적인 성격을 지녔는지'를 검토한다.
'위험요인'인 '정치논리 개입 여부'와 '규제위험성'도 철저히 따진다.
캐나다 퀘벡주 연금운용기관인 CDP캐피털의 경우를 보자.장 폴 루소 이사장은 최근 투자수익 우선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국적항공사인 에어캐나다를 제외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모든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주식시장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CDP캐피털의 지난해 투자 수익률은 평균 15.2%였다.
캐나다 예금금리나 경상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로 기금운용이 정치논리와 정책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호영·김혜수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