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가치가 엔화에 대해 1백3엔대로 떨어지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달러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말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선진·신흥국간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외환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국이 모인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약(弱)달러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달러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그러나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약달러를 용인하는 상황이어서 약달러 저지를 위한 환율공동개입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약달러에 대한 입장은 17일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G20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 중인 스노 장관은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환율에 대한 비시장적인 개입은 효과가 없었다"고 언급,달러 하락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의 심각한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선 각국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미국이 약달러를 방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투매를 불러일으켰다. 뉴욕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G20회담의 성명서에 달러급락 문제가 언급된다면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달러가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관심은 약달러보다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쪽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큰 폭으로 저평가돼 있어 이것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시키는 주요인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G20과 APEC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압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18일 주요외신들은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21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APEC 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따로 만나 위안화 평가절상을 다시 한번 촉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태국 APEC 정상회의에서도 후 주석에게 변동환율제로 이행할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