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변신 중.' 국민은행의 경영 전략이 강정원 행장 체제 출범을 계기로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 김정태 전임 행장 시절에는 이익률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에 반해 강 신임행장은 '외형보다는 내실'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강 행장은 취임 일성을 통해 자산 건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말까지 전체 여신 대비 무수익여신(NPL) 비율을 현행 3.54%에서 2%대로 낮추고 무수익여신에 대한 충당금적립비율을 72%대에서 1백%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임 강 행장의 자산건전화 방침은 국민은행의 경영 전략이 시장 확대에서 위험관리로 바뀌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이에 대해 "단기적으론 국민은행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증권은 국민은행이 내년 말까지 무수익여신 비율을 2.75%로 낮추고 충당금 적립비율을 1백%로 맞추려면 이 기간 신규 고정이하 여신이 매분기 1조1천억원 발생한다고 가정할 때 8조6천억원의 대손상각비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충당금적립비율을 72%대로 유지할 때 들어가는 대손상각비(7조3천억원)에 비해 1조3천억원 추가 자금이 소요된다는 의미라고 현대증권은 설명했다. 그만큼 순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가에 긍정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혜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손실을 미리 앞당겨 인식하는 만큼 길게 보면 미래 수익창출 능력이 확대될 뿐 아니라 이익변동폭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현재 국민은행의 무수익여신 대비 충당금적립비율은 은행업계 최저 수준"이라며 "리딩 뱅크로서의 위상을 다지기 위해서는 자산 건전화가 선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콜금리가 인하돼 국민은행의 자산 건전화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 상태다.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 대출자나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감소,연체율이 하락하고 이는 결국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자산 건전화 방침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메리츠증권 임 연구원은 "국민은행의 경우 담보대출 비중이 높고 소액대출이 많아 외관상 충당금적립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행의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담보가치가 안정돼 있다면 충당금적립비율을 1백%로 맞추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