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환율 급락, 기업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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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원 환율이 급락으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국승한 기자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국기자, 기업의 70-90%가 이미 출혈수출을 하고 있거나 이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구요?
그렇습니다. 달러/원 환율이 외환위기였던 지난 97년 11월 이후 7년만에 1100원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업종별 대표 수출기업 39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평균 1천127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환율수준(1천100원대)에서 수출 기업의 대부분이 이미 출혈수출을 하고 있거나 이에 직면해 있습니다.
조사 대상 수출기업들의 73.2%는 최근 환율의 급락으로 이미 계약한 수출분이 적자에 직면했거나 적자로 전환됐다고 답했습니다.
또 수출기업의 70%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신규 수주를 꺼리고 있으며 10.2%는 수출물량의 일부를 내수로 전환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대상 수출기업의 7.5%는 이미 계약을 체결한 수출분을 취소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조사가 실시된 시점의 환율이 1천110원대였음을 감안하면 환율이 1천원대로 떨어진 현시점에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출기업의 53.4%는 환율급락으로 인해 주요경쟁국과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었다고 응답한 반면 4.2%만이 가격경쟁에 별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각 기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부산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최근 극심한 내수 침체의 공백을 수출로 메우고 있던 기업들은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중소업계는 이미 환율로 인한 수출피해로 생존의 기로에 선 업체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대기업들도 경영계획을 긴급 수정하고 환리스크 대책을 강화하는 등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하락하자 서둘러 내년도 경영계획 수정에 나섰습니다.
예년의 경우 11월 중순이면 이듬해 경영계획을 확정지었으나 올해는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예측이 불가능해지자 지난달초 계열사에 내려보낸 기준환율을 폐기하고 새 기준환율로 수정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성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기준환율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으나 기존 기준환율은 1천50원선 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따라 삼성의 내년도 새 기준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 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올해의 경우 기준환율을 1천100원으로 잡고 최악의 경우 1천5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의 총 수출이 377억달러에 달해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3조7천700억원의 수입이 줄어들게 됩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프리미엄 가전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만큼 환율하락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수출이 1조2천억원 가량 줄어드는 만큼 1달러당 1천원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 수율 극대화, 고부가가치 휴대전화기 개발, 복합기능 제품 개발과 디자인혁신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환율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분기별로 환율 시스템을 점검키로 하고 4분기와 내년초 환율 추이와 전망을 지켜본 뒤 2005년 사업계획 수립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 주재로 잇따라 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정 회장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차 미주본부와 서울 본사에서 잇따라 소집한 임원회의에서 환율하락에 따른 내년도 미국 수출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대책마련을 지시했습니다.
현대차는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전 부서가 회사운영에 꼭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경비지출을 중단하는 한편 오는 20일을 전후해 부서별로 `비상경영 원가 절감 결의대회'를 개최, 위기극복을 위한 정신무장을 강화키로 했습니다.
또 재무팀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작성할 때 기준환율을 올해 달러당 1천70원에서 달러당 1천50원으로 낮춰잡는 등 보수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기로 했으며 수출팀은 미국보다 대당 판매가격이 높은 유럽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 입니다.
LG도 환율 하락세가 가속화되자 금융팀, LG경제연구원, 은행 관계자 등 사내외 전문가들로 짜여진 금융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헤지비율 및 유로화 결제비율 확대, 외화예금.매출채권 축소, 외화수입 시기 조정 등 환리스크 대책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또 올 연말이나 내년초 환율이 1천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도 착수했습니다.
수출이 주력인 조선업계는 수주 호황속에서도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선가 하락에다 환율마저 급격히 하락하자 채산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올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자 선물환을 통해 환위험에 노출되는 금액의 50% 이상을 헤지해둔 상태입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보유 외환을 100% 헤지해두고 급격한 원화강세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섬유 부문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효성과 코오롱은 환율급락에 따른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효성은 올해 초 환율 기준을 1천120원으로 잡았으나 1천100원선이 붕괴되자 내년 사업계획에서 1천100원선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율 기준을 1천100원-1천150원으로 잡았던 코오롱도 수출 채산성의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유럽 등으로의 수출 시장 다변화와 원가 경쟁력 강화, 제품의 고가화 전략 등 원론적인 대책은 세웠지만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반면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단가 하락과 이로인한 원가절감 및 외상구입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고 있고 지출에서 차지하는 달러화의 비중이 60%에 달하는 항공업계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어 타 업종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네, 그런데 이번 환율여파가 내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구요?
그렇습니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환율하락이 수출둔화로 나타나는 시차에 대해서는 `3개월 이내'라는 응답이 82.4%를 차지해 수출둔화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한편 환율 10% 하락시 `내년수출이 6%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약 60%를 차지해 최근 환율급락이 내년도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내년도 사업계획 환율에 대해 1천100원대 이상이라는 응답이 92.6%로 나타나 최근 환율수준을 감안하면 10개사중 9개사는 내년도 사업계획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10%하락시 수출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거나 `2%이내 인상가능'하다는 응답이 58.7%를 차지해 환율하락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함을 드러냈다.
정부의 환율운용에 대해 `적극 방어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70.5%로 나타나 최근 환율급락에 대한 기업의 어려움을 반영했습니다.
수출기업들은 적정환율이 평균 1천174원이라고 답했습니다.
업종별 적정환율은 1차 상품이 1천175원, 경공업이 1천177원, 중화학공업이 1천172원으로 조사됐습니다.
1천100대가 깨진 최근의 환율은 수출기업의 적정환율을 70원 이상 밑돌고 있는 셈입니다.
무협은 "최근 원화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주요경쟁국에 비해 하락폭이 커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물론 가격경쟁력 약화를 낳고 있다"며 "이는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으로 파급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내년 수출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승한기자 shkoo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