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방웅 < 충북대 총장 > 얼마 전 영국에서 발행되는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우수대학 순위는 우리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세계 1백위권 내에 국내 대학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대학순위를 나타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속에는 교육현실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어 우리 교육문제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공교육은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다. 고등학생은 대학진학을 위해 학교 교육보다는 과외에 더 충실하고 학교에서는 사교육에 지쳐 꾸벅꾸벅 조는 학생의 수가 상당하다. 또 사교육비에 엄청난 돈이 투자돼 부모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교육에까지 확산돼 사회문제가 된다. 대학 입시에서는 적성과 가능성을 배제한 단지 고득점자 위주의 선발이 이뤄진다. 현행 고등학교 교육 여건에서 자신의 특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런 교육현실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최근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공교육 정상화,고교평준화,3불정책,대학입시 개선안 등 새 입시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의 근본적 취지는 수능점수에 의한 경쟁을 막고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을 확대하는 등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다. 이런 교육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일생을 살며 인성은 청소년기에 대부분 완성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학생들은 그저 수학 공식 하나 더 외우고 수능점수 1점을 위해 밤새워 공부한다. 사회에 대한 사고를 갖지 못하고 시간도 없다. 고등학생의 생활은 전혀 빈틈이 없어 보인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은 거의 없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교수업 외에 과외수업을 받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 입학을 위한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한 학생이 대학에 입학해도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뛰어난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이 대학에서 방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적성은 고려되지 않고 단지 성적에 의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현실에 문제점이 있다. 무엇을 전공하기보다는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 더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학진학이 사람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인생의 방향이 청소년기에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교에서는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적 수학능력을 기르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인격형성과 관련된 창의성,인성 등은 청소년 시절에 대부분 완성된다. 따라서 이 시기엔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하고 다양한 사회 경험도 유도해야 한다. 이게 전인교육이고 고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이런 고교 교육의 정상화는 대학입시를 떠나 독자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현재처럼 성적위주의 단편적 선발제도를 유지하는 한 공교육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들은 학생선발에 있어서 기존 성적위주 선발을 벗어나 다양한 전형개발을 통해 입시혁신을 가져와야 한다. 적성과 가능성을 고려한 선발이 이뤄지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세계 우수대학에서는 성적에 따라서만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밤새워 공부만 하는 학생은 사회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학생이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고 어떻게 사고를 하고 또한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느냐를 크게 고려한다. 물론 대학수학 능력을 위한 기본지식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처럼 성적을 유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다시 말해 고교 교육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을 찾고 창의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또 대학에서는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을 양성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인재양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열과 경제력을 감안하면 교육도 세계적인 교육수준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건물기초가 튼튼해야 수명이 오래 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교육과 인재 양성은 국가발전의 기초이고 국가 차원의 중대 사안이다. 교육이 국가경쟁력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갖고 앞서나가는 교육혁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