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동선시(動善時) ‥ 남중수 < KTF 사장 >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남중수 KTF 사장 jsnam@ktf.com >
미국인들이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방식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1천원을 내고 7백원짜리 물건을 사면 1천원에서 7백원을 뺀 3백원을 계산해서 거슬러 주지만 미국인들은 10달러를 내고 7달러어치를 사면 8달러,9달러,10달러까지 채워서 헤아린 후 거슬러 주는 식이다. 끝을 정해놓고 차곡차곡 차이를 메우는 것인데,느리고 덜 똑똑해 보이지만 틀림없고 확실한 방법이다.
일도 이런 식으로 하면 오차가 적다. 내 경우는 한 주간의 일정을 그 전 주말에 미리 점검해 해야 할 일을 데드라인으로부터 역으로 훑어오며 정리,실천한다. 한 달,1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면 빠뜨리는 일 없이 매사에 충실히 준비할 수 있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전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좀더 길게 보면 입학하는 학생은 졸업할 때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를 정해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 경영도 그렇다. 모든 경영행위의 끝은 고객이다. 직원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최고경영자(CEO)가 경영상의 의사결정을 할 때도 그 행위는 최종적으로 고객과 만난다. 그러므로 모든 경영행위는 그 목적지인 고객의 마음에서 출발,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기 위해 차근차근 계획되고 준비돼야 하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삶의 끝에 이르러 아름다울 수 있도록,사는 동안 최선을 다하면 삶이 아름다워진다. 도덕경에 동선시(動善時)란 말이 있다. 행동은 때에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물러날 때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제때에 떨치고 물러나는 것 뿐 아니라 늘 물러날 때를 염두에 두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은 어느 날 자신의 사망기사를 접한다. 동명이인의 죽음을 착각한 오보였지만 내용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의 발명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그는 남들의 죽음을 통해 부를 이룬 '죽음의 상인'으로 표현돼 있었다.
그는 인생을 바꿀 결심을 했고,노벨상을 제정했다. 노벨이 우연히 자신의 끝을 보고 현재를 바꾸지 못했더라면,즉 '동선시'를 실천하지 못했더라면 오늘날 노벨상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노벨의 존재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