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수출호조와 내수부진'의 양극화는 수출을 늘리기 위한 환율방어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자료를 한은이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수가 부진한데 수출을 위해 환율을 높게 유지할 경우 내수를 더욱 위축시켜 수출까지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한은의 분석은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을 위해 환율방어가 필요하다'는 재경부의 입장과 논리를 뒤엎는 것으로 한은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환율은 시장자율에 맡기고 총수요 확대정책과 내수부문에 자금공급 확대, 구조개혁 같은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7일 발표한'비교역재 모형을 이용한 최근의 수출 호조 및 내수부진에 관한 분석'을 통해 최근 수출호조에도 투자 소비 등 내수가 부진한 것은 지난 외환위기 이후 환율 상승으로 교역재에 비해 비교역재에서 생산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내수부진은 환율상승으로 제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유리해면서 노동 생산요소가 서비스부문에서 제조업 부문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결과 수출부문 생산은 급증하지만 서비스부문 생산이 부진해지기 때문입니다. 한은은 "제조업의 생산증대는 수출에 의해 해소되고 경상수지 흑자로 나타나지만, 서비스부문에서는 생산감소와 함께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의 영향으로 내수부진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외환위기 이후의 환율상승이 교역재 상대가격의 상승을 가져왔고 이는 급속하게진행된 개방화, 자유화와 더불어 교역재 부문에 유리하게 작용해 수출 급증과 내수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과거 우리와 같은 외환위기를 겪고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를 누렸던 멕시코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환율요인에 의한 교역재(수출.제조업)와 비교역재(내수.서비스업)의 비대칭적 성장이 결국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를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멕시코는 1994~95년 거품 붕괴에 따른 외환.금융 위기 이후 수출이 급격히 늘며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2001년 들어 수출둔화와 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내수부문이 수출부문의 성장을 가로막아 수출을 둔화시키고 전체 경제성장까지 침체시키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한은은 멕시코 사례처럼 환율의 인위적 방어로 서비스와 내수부문을 희생하면서 수출을 확대하려는 정책은 더 이상 경제성장을 위한 최적의 정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환율이 시장의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되도록 해 실질소득 증대를 통한 수요증대가 이뤄지도록 총수요 확대정책을 실시하는 등 내수부문에 대한 중장기적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