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장기 불황에 빠져 있던 고미술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경매시장에서 도자기 고서화 등 고미술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며 낙찰률이 높아지고 있다. 고미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고미술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7일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에서 열렸던 '제91회 한국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 출품된 95점의 고미술품 중 65점이 거래돼 낙찰률이 무려 68%에 달했다. 출품된 작품 10점 중 7점이 거래됐다는 뜻으로 이같은 고미술품 낙찰률은 지난 2년 동안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백자인 '청화백자산수문호'는 예정가(3억원)보다 높은 3억5천6백만원(수수료 포함)에,해외환수 문화재인 '목조아미타불좌상' 역시 예정가(4천만∼6천만원)보다 높은 7천3백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지난 6월 경매에 출품된 청화백자는 5억7천7백만원에 거래돼 2001년 경매에서 국내 근·현대 미술품 중 최고가인 7억원에 팔렸던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 이후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미술품 가운데도 고서화의 거래가 활발한 게 경매시장에 나타난 특징이다. 소장가들이 20∼30년간 장기 보유하고 있다가 경매에 내놓는 '3원(김홍도 신윤복 장승업)''3재(정선 심사정 윤두서 또는 조형석)'의 미술품들은 희소성으로 인해 예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특히 고미술품 거래와 근·현대미술품 거래간의 역전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올들어 서울옥션에서 일곱차례 실시된 경매에서 고미술품의 평균 낙찰률은 53%를 기록했다. 지난해(47%)에 비해 6%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반해 근·현대 미술품의 낙찰률은 지난해 45%에서 올해는 42%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근·현대 미술품은 경기에 민감해 불황일수록 좋은 물건들이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는 반면 고미술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니아층이 탄탄한 편"이라며 "올들어 좋은 고미술품들이 합리적(reasonable)인 가격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