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의 폐해를 지적하는 경구들은 수도 없이 많다. "사람이 술을 먹고,술이 술을 먹고,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불경의 구절에서부터 "전쟁 흉년 전염병 이 세 가지를 다 합쳐도 술이 끼치는 손해만 못하다" "술을 마시면 말(言)에 날개가 돋쳐서 방약무인하게 날뛴다"는 예술가와 철학자들의 충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얘기들이다. 그렇다고 술 자체를 터부시하는 것은 아니다. 술을 예찬하는 글들도 많다. 이백이나 두보의 시에서 보듯 술은 자연과 함께 하는 동반자였다. 달이 밝으면 술을 생각하고,술 익는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한달음에 달려가곤 했던게 다 그런 경우다. 적당한 술이야말로 사람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시심을 돋게 하고 이웃과 도타운 관계를 맺는 매개체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과음이다. 흥이 많은 우리 민족은 술에 있어서 만큼은 아직도 후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주사(酒邪)는 눈감아 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곤 한다. 과음이나 폭음이 무용담처럼 얘기되고 세계에서 유례없는 폭탄주가 나타난 것도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으레 술 한잔쯤은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상존하는 탓에 술을 강권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여기에서 다 함께 취해야 동질감이 싹튼다고 생각하게 된다. 얼마전부터 기업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절주운동'에 서울시가 동참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관내에 소재한 기업체 임직원들이 음주줄이기에 서약을 하면 개개인의 음주빈도 등을 측정한 뒤,성과가 있으면 음주 대신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레저 자기계발 취미활동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술잔 돌리지 않기,2차 사양하기 등 직장인들의 음주문화가 웰빙바람을 타고 개선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시 당국의 캠페인이 호응을 받을 여지는 크다. 모이면 술 마시고,마시면 끝장을 보고,취하면 싸우고,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일한다는 외국인들의 비아냥이 이제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음주로 인한 연간 경제사회적 비용이 15조원에 육박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과음추방은 바람직한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