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 원주의 토지를 샀다는 주부가 진명기 JMK플래닝 대표(51·사진)를 찾아왔다。자기가 산 땅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다。이 주부가 계약한 땅의 가격은 평당 35만원。진씨가 현장에 가보니 평당 2만원짜리였다。자연녹지가 아니라 개발이 불가능한 보전임지였던 탓이다。 진씨는 전화로 토지를 파는 기획부동산의 꼬임에 빠질 경우 누구나 이 같은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재밌는 일화도 많았다。지난 88년 충북 괴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마을 사람들에게 대지를 구입하겠다고 했더니 승용차를 타고 와서 왜 ‘돼지’를 사겠다는 것이냐며 따지기도 했다。이런 곳에서는 수표를 사용해 토지를 구입할 경우 거절당하기 일쑤다。 ◆전화로 ‘땅 사세요’는 무조건 거절해야 진씨는 전화로 토지투자를 권유하는 일명 ‘기획부동산’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나타냈다。피해자가 너무 많다는 게 이유다。 진씨는 전화로 토지 매입을 권유하는 사람들은 90% 이상 기획부동산이며 무조건 거절하는 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기획부동산은 보통 다단계 판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조차 토지에 대해 문외한이 많다는 것이다。심지어 파주시가 연기군 옆에 있다고 주장하는 기획부동산 전화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진씨는 말했다。 또 기획부동산은 보통 큰 땅을 사서 불특정 다수에게 쪼개 파는 방식인데,토지의 정확한 위치가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토지 투자할 땐 입지 먼저 봐야 진씨가 첫 손에 꼽는 토지투자 요건은 바로 입지다。이전에는 어느 곳이든 상업지역이면 괜찮았지만 지금은 농지라도 ‘어디냐’에 따라 투자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관리지역이나 농지라 하더라도 향후 인구가 많이 유입될 수 있는 입지라면 최적의 투자요건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입지 다음으로는 도로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도로는 사람으로 치면 ‘동맥’이다。도로를 끼고 있는 땅인지,4차선인지 2차선인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입지와 도로를 따져봤다면 다음은 경관을 봐야 한다。경관이 수려하고 대지가 편안하며 주변이 산만하지 않게 느껴져야 풍수지리상 좋은 곳이다。 그런 다음엔 혐오시설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묘지 쓰레기매립장 송전선 공단 등이 주변에 있다면 가격 상승이 더디다。마지막으로는 도시 접근성이다。진씨는 대도시까지 1시간 이내에 진입할 수 있는 곳이라면 투자할 만하다고 했다。 ◆충청권 토지소유자는 부화뇌동 말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충청권 토지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하지만 진씨는 다른 사람들이 헐값에 처분한다고 해서 부화뇌동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정부에서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차분하게 지켜보는 게 우선이란 얘기다。천안 아산 오송 오창 등의 경우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씨는 기획부동산들이 앞으로 홍천 춘천 횡성 등지로 대거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이 지역 땅값이 들썩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또 경기도 연천 가평 양평 이천 여주 김포 파주 용인 화성 평택 등도 위헌 결정의 직접적인 수혜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투자 시기로는 내년보다 올해 말이 낫다고 덧붙였다。 ◆땅을 찾지 말고 사람을 찾아라 진씨는 토지에 투자할 때는 전문가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특히 한 지역에서 10년 이상 중개업을 한 사람이라면 최상이다。현지 답사를 할 때 마을 이장을 찾는 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이장들이 직접 전매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지역 중개업자가 낫다고 진씨는 설명했다。 투자하기 전 반드시 시·군·구청을 찾아 각종 서류를 떼봐야 하는데 토지대장에서는 평수 지목 등을,지적도에서는 땅 모양과 맹지 여부를,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서는 용도 변경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땅의 모양은 2백평 이내의 경우 가급적 네모난 땅을 사야 하지만,넓은 땅이라면 모양은 큰 의미가 없다。 진씨는 보통 사람들은 투자기간을 3∼6년으로 보는데 반해 땅 부자들은 최소 10년 이상으로 본다면서 ‘단타’는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특히 앞으로는 토지투자에서 ‘대박’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진씨의 확신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 이 사람은 누구 ] 20여년간 토지라는 ‘한 우물’만 파온 진명기씨는 젊을 때 건강이 좋지 않았다。군 제대 후 서울 종로경찰서 옆에서 고시원을 운영했지만 항상 약을 끼고 살았다。그러던 중 담당의사가 많이 걸어다녀야 한다면서 ‘부동산업’을 추천했다。마침 공인중개사 제도 시행을 앞두고 부동산 바람이 서서히 불 때였다。‘전업’을 결심했다。 지난 82년 반포의 지하상가에 조그만 중개사무실을 열었다。주로 경기도 일대의 땅을 보러 다녔다。90년대 중반부터는 농가주택도 많이 거래했다。충청 강원 전라 경상도 등 둘러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활동반경이 넓어졌다。일년에 대략 10만∼15만km 정도를 돌아다녔다는 게 진씨의 설명。 진씨는 2년 전 토지중개를 그만두고 부동산컨설팅으로 방향을 틀었다。토지의 경우 단순 중개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