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결정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내용은 크게 봐서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헌재의 '위헌' 결론을 부정하지 않겠다며 법적 정당성을 분명히 인정한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내세운 일련의 정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폐기될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대신할 대안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내 제시를 약속하면서도 '국민여론 수렴'과 '열린우리당과 협의'를 거치겠다고 말해 새로운 전략이 구체화되고 실현 방안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단서'달린 헌재 결정 인정 노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이유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고 단서는 달았으나 "누구도 그 결정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헌재 결정의 결과와 효력을 인정하느냐 않느냐가 핵심인데,법적효력을 인정한다고 분명히 밝혔으니 (수용 문제는) 결론난 것"이라고 말했다. '수용한다,안한다'는 표현은 안했지만 현실적으로 헌법기관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상 수용으로 매듭지어지면서 당초 격앙됐던 청와대 분위기도 상당히 담담해지고 있다. ◆균형발전·지방화 전략 불변 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을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계획을 세워 반드시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수도권 과밀해소는 헌재도 부인하지 않을 과제"라고 규정했다. '참여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이 과제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청와대는 물론 관련부처는 이미 이같은 목표아래 종합 재검토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도 헌법의 틀안에서 '행정도시'건설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를 벌이고 있다. 여권은 당·정·청 특별협의체를 본격 가동하고 국토균형발전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 충청권의 민심을 돌려놓는다는 구상이다. ◆헌재의 결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는 "헌재의 결론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국가균형발전전략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계획을 세우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수도의 기본요소로 지적된 청와대와 국회는 움직일 수 없다. 이밖에도 정부는 '시행각론'을 짜면서 헌재의 결정문을 옆에 펼쳐두고 사업내용을 점검해야 할 처지다. 헌재의 결정취지에 저촉되는 범위에 대한 해석이 달리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충청권에 △행정특별시 혹은 △행정타운(행정신도시) 건설 방안을 위주로 △기업도시 △과학기술 혹은 정보기술도시 △행정+공기업 집중도시 △(국립)대학·연구소 등 공공기관 이전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신행정수도 건설과 가장 유사한 효과를 내는 대안을 찾게 된다. 김종민 대변인도 "대안과 관련된 모든 정책 기사는 당분가 오보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장기추진방침을 시사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 -------------------------------------------------- < 노무현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요지 > ◇신행정수도건설 대안 -헌재 '위헌'결정 수용,국가균형발전 기조 불변 -신행정수도예정지 발전대책 재검토 및 대안 마련 ◇경제 과학분야 -산업 성장잠재력 확충,신성장산업 조기육성 -수도권신도시·기업도시·지방혁신도시 추진 -'뉴딜적'종합계획으로 건설경기 활성화 -IT인프라 투자촉진 및 관련 고용창출 -내년도 5% 경제성장 목표 내수 진작 -에너지위 설치 등 에너지절감 3개년계획 수립 -2008년 세계8위 과학기술 강국 목표 달성 -기술혁신 선도형 중소기업 육성 및 고용 창출 -동북아시대 대비 경제자유구역 물류 기반 확충 ◇교육 분야 -세계수준 대학육성 위한 고강도 대학구조조정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수능시험제도 개선 -공교육 정상화 저해하는 고교 서열화 반대 -저소득층 보육지원 등 교육복지종합대책 마련 ◇노동·복지분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민간 일자리나누기 추진 -서비스업·사회복지 중심 선진국형 고용구조 전환 -빈곤층 노인층 장애인 위한 제도개선·연금개혁 -국가보훈법 제정,국가유공자·제대군인 지원 확대 ◇통일·외교·안보 분야 -북핵문제는 6자 회담 통해 평화적 해결 -경의선 연결·개성공단 착공 등 남북관계 개선 -양자·다자간 경제통상외교 강화 -자주국방과 한미동맹 병행 추진 -용산기지이전협정과 평택지원특별법의 원만한 처리 ◇행정분야 -고위공무원 재교육·인사평가강화 등 정부혁신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등 공직자 비리 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