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2:02
수정2006.04.02 12:06
법적으로 남이 된 형과 호적상 상속인으로 남은 동생에게 어머니가 죽기 전 형 명의의 예금을 남겼다면 예금 주인은 누가 될까.
어릴 적 입양된 A씨와 B씨는 형제로 함께 자랐지만 형 A씨는 어른이 된 뒤 법원판결에 의해 법적으로 남이 됐다.
어머니는 죽기 전 몰래 필요한 서류를 갖춰 A씨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2억원을 예금했다.
A씨는 어머니 사망 뒤 재산을 정리하던 중 문제가 된 예금 계좌를 발견,은행에 지급을 청구했지만 다른 가족들로부터 '상속인이 아니므로 예금을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통지를 받은 은행이 지급을 거절하자 예금반환 소송을 냈다.
B씨는 법정 상속인인 자신이 예금반환채권을 상속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김상균 부장판사)는 18일 "예금 출연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계약당사자의 의사 해석 문제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융기관은 실명확인한 예금명의자를 거래자로 보아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아들A씨)가 망인(어머니)에게 대리권을 주지는 않았지만 예금 지급을 청구하면서 무권 대리행위(대리권없이 행해진 대리행위) 의사를 추인한 것"이라며 "망인이 금융기관과 특별한 약정을 맺지 않은 이상 명의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